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가계빚 대응, 집값 안정이 먼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신도시 공급확대만으론 한계 뚜렷

터널·교량 등 교통 인프라 확충

'서울 수요' 수도권 분산 꾀해야








최근 국제금융협회(IIF)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중이 104%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고 증가 속도도 1년간 6%포인트 증가해 가장 빠르다고 우려를 표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 전망되는 지금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는 금융 부실은 물론 자산 가격 버블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 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원인은 먼저 최근 4년간 2배 이상 오른 주택 가격과 높은 전세 가격 상승이다. 필수재인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 충당을 위한 가계 부채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배경은 생계형 대출의 증가다.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급속히 늘어나는 데 비해 연금 체제 미흡으로 노후 소득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여기에 중국의 추격으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청년층 일자리 또한 감소하고 있다. 노년층은 물론 청년층도 생계를 위해 가계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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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구입 및 전세 대출로 인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주택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최근 대선 후보들까지 나서서 토지보유세를 비롯해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로는 역부족이다. 주택은 다른 재화와 달리 교통과 유통 및 교육 인프라가 함께하는 결합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책 당국은 신도시를 통한 주택 공급에 주력하고 신도시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로 들어가는 교통 인프라는 확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신도시를 통한 주택 공급이 늘어날수록 서울 주택 가격은 더욱 상승하게 된다. 수도권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로 출근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서울 주택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서울 주택 수요를 한정된 도심 재건축 공급만으로 충당할 수는 없다. 따라서 주택 가격과 전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해법은 수도권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로의 진입이 수월하도록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데 있다. 신도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터널을 확장하고 교량을 신설해 서울 진입 병목 현상을 완화해줘야 서울 주택 수요가 수도권으로 분산되면서 주택 가격과 전세 가격이 안정될 수 있으며 가계부채 또한 줄어들 수 있다.

생계형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연금 체제를 확충해 노후 소득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신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선·철강 등 주력 산업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중국으로 이전되고 있어서다. 이러한 일자리 감소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자·자동차·석유화학 등도 중국의 추격으로 곧 산업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하며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 체제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에 대응해 직업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적 투자은행(IB)들은 금리가 높아질 경우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부터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과거 버블 붕괴의 경험을 보면 금리가 1~2년 사이에 3-4%포인트 높아지면 버블이 붕괴되는 경우가 많았다. 글로벌 금리 인상 시기에 한국이 부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교통 인프라 확충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주택 가격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금리 운용 정책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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