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사라진 연유를 알 수 없다.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더 환장할 일은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다는 것. 바뀌는 몸이 무려 일곱 명이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이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사방에서 쫓아온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한국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에서 배우 윤계상이 맡은 주인공 ‘강이안’이 처한 상황이다.
영화 공개를 앞두고 ‘1인 7역’을 소화한 윤계상을 화상으로 만났다. 윤계상은 “저보다 다른 분들이 더 힘들었다. 저야 제 감정선을 계속 갖고 가면 되지만 나머지 배우 분들은 몸이 계속 바뀌는 강이안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강이안의 영혼이 옮겨 다니는 배역은 박용우, 유승목, 이성욱, 서현우, 이운산 등이 맡아 연기했다. 윤계상은 “배우들끼리 정말 자주 만나 회의를 했다”며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 받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안한 덕에 강이안이라는 캐릭터가 더 풍성해진 것 같다”고 회상했다.
강이안은 극중 에이스 국정원 요원인 데다 쫓고 쫓기는 스토리를 끌고 가는 인물이다. 액션 연기는 필수였다. 윤계상은 “강이안은 무술을 체계적으로 배운 인물이라 예전 작품들 때보다 훈련도 더 체계적으로 했다”며 “액션 연기가 멋있긴 한데, 상대와 합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고, 제 나이도 이제 마흔 넷”이라고 웃었다.
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한 그는 가수로는 22년 차, 배우로도 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2004)에 첫 출연한 지 17년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주연으로서의 설렘과 책임감은 남달랐다고 한다.
“저도 뭔가 이야기를 한번 끝까지 끌어가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너무 잘하고 싶었고, 정말 열심히 했고, 치열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시사회 때는 제 연기를 보기가 힘들어 눈을 감게 되더라고요.”
영화는 최근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확정됐다. 러닝 타임 108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