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알짜배기 자산이었던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가 글로벌 사모펀드 사이에서 약 1조 원에 거래됐다. 무리한 외식 사업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CJ푸드빌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급히 내놓은 알짜 매물인데, 코로나19 위기에도 돌파구를 찾아내면서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투썸플레이스의 최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이달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 그룹에 회사를 넘기기로 결정하고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회사의 기업가치를 1조 원 수준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부터 3년에 걸쳐 약 4,500억 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한 앵커에쿼티는 지분 전량을 확보한 지 1년 만에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내게 됐다.
투썸플레이스는 본래 CJ그룹 계열사 CJ푸드빌의 사업부문이었다. 외식 사업의 부진으로 400억 원대의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낸 CJ푸드빌은 알짜배기인 투썸플레이스를 분할해 2018년 상장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진행했다. 당시 앵커에쿼티는 싱가포르투자청(GIC),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과 함께 투썸플레이스의 2대 주주로 참여했다. 앵커에쿼티가 평가한 투썸플레이스의 기업가치는 약 4,5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고려하면 약 13배 수준의 가격이다.
투자 유치 후에도 CJ푸드빌의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결국 앵커에쿼티에 투썸플레이스의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CJ푸드빌이 보유하고 있는 식음료 브랜드 중 가장 알짜배기이자 사실상 유일한 수익 창출원이어서 기존 투자자들과 원만히 매각 합의에 성공했다. 다만 앵커에쿼티는 1년 전 프리IPO 때 책정한 회사의 가치를 그대로 적용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비상 경영 체제 아래 현금 확보가 시급했던 CJ그룹은 협상 테이블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의 보유 지분 45%를 추가로 확보한 앵커에쿼티는 2019년 투썸플레이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CJ푸드빌이 마지막까지 보유하던 잔여지분 15%에 대해서도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2020년 7월 지분 100%를 확보했다.
CJ그룹의 비상 경영 체제 속에서 나온 알짜 매물을 손에 얻었지만 앵커에쿼티 인수 후 회사가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라는 돌발 악재에 주요 커피 전문점들이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운영 시간이 축소되고, 이용 고객 수가 줄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투썸플레이스는 자체 딜리버리 서비스와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비대면 판매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회사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늘어난 3,6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각각 5%와 3% 증가한 400억 원과 250억 원을 보였다. 2018년 360억 원 수준이었던 회사의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은 지난해 약 720억 원으로 나타났다.
개선된 실적을 인정받아 앵커에쿼티는 투썸플레이스를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에비타 대비 14배 수준의 가격이다. 최근 진행된 할리스 매각(6배)과 스타벅스 투자유치(8배)에 적용된 멀티플 배수를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커피 프랜차이즈가 포화상태에 왔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배달 사업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면서 성장성이 여전하다고 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앵커에쿼티의 위기 대응 능력에 가산점을 준 셈이다.
사모펀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이라는 위기에도 제품 개발과 비대면 서비스로 업계 2위 지위를 견고히 유지한 점을 칼라일 측이 높이 평가해 이같은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