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페미니즘’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이별 범죄의 근절을 외치자 이 대표가 남성을 범죄의 가해자로 일반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까지 나서 이 대표를 반박하면서 소위 ‘안티(반·反) 페미니즘’ 논쟁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장 의원과 전날 이별 범죄에 대한 설전을 주고 받았다. 장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별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페미니즘이 싫은가? 그럼 여성을 죽이지 말라.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서라”고 썼다.
장 의원이 언급한 사건은 지난 17일 한 30대 남성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자신에게 이별 통보를 한 연인을 수차례 흉기로 찌르고, 자택으로 끌고가 베란다 밖으로 던져 살해한 사건이다. 장 의원은 “이 범죄의 이름은 ‘아파트 살인’이 아니라 ‘교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고유정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이 대표는 “이런 잣대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 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토막살인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해상에 투기한 사건을 보고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이다”면서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갈등화 하려고 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반박에 논객인 진 전 교수가 나서 재반박했다. 그는 “공당의 대표가 이제 교제살인까지 쉴드(방어)치고 나서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이에 “범죄를 페미니즘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선동”이라면서 “누가 교제살인(?)을 쉴드쳤느냐.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젠더 뉴트럴(성중립적)하게 보는게 정답인데, 이걸 젠더이슈화 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갈라치기 하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젠더 살인’인데 ‘젠더 뉴트럴’하게 보라는 X소리는 웃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근데 하나도 안 웃기다”며 “교제살인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비가 50대 50이라면 모를까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당무우선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안티페미 마초들 지지가 필요해 알면서 하는 X소리인가”라고 수위 높게 지적했다.
이 대표는 더 나아가 여경의 미숙한 현장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인천 여경 사건’까지 언급하며 논쟁의 대상을 확장할 태세다. 인천 여경 사건은 인천의 한 빌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졌는데 현장에 출동한 여경이 피해자들을 두고 현장을 이탈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은 목 부위를 찔려 의식불명 상태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질적인 치안력 확보문제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 어느 대선후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우리는 공정한 경찰공무원의 선발에 대해서 조금 더 치열하게 논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