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멈춰 있던 우리 금융사의 해외 진출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이 미국 뉴욕에 ‘자본시장 데스크’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고, 기업은행도 폴란드 진출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본 인가를 획득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뉴욕 자본시장 데스크 구축을 위한 자문사 선정에 착수했다. 현재 국민은행 뉴욕 지점은 주로 투자은행(IB) 업무를 보고 있는데 자본시장 데스크로 자금 조달 기능을 강화해 은행의 글로벌·IB·자본시장 부문의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 자본시장 데스크는 영국 런던에 한 곳이 있고 싱가포르에 2호 지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에까지 설립되면 국민은행은 전 세계 최대 세 곳에서 자본시장 데스크 지점을 운영하게 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2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문차 프랑스 파리로 간다. 윤 행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윤 행장은 일주일간 유럽에 머물며 폴란드도 방문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과거 폴란드 사무소 설치를 검토했다가 코로나19로 멈춘 상태였지만 이번 윤 행장 방문을 계기로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에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기업 협력 업체가 다수 진출해 있어 한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은행에는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기업과 거래하는 폴란드 기업도 중요한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
22일 우리은행 역시 캄보디아 현지법인 ‘WB파이낸스’가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상업은행 본 인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WB파이낸스는 내년 1월 우리은행 캄보디아 해외 법인인 ‘우리뱅크 캄보디아(Woori Bank Cambodia)’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기존 소매 금융 예금·대출뿐만 아니라 기업 금융, 외환, 카드 등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디지털·정보기술(IT)·리스크·내부통제 등에서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캄보디아 톱3 은행’으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현 정부 출범 초 신남방정책과 함께 주로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며 급물살을 탔다. 국내에서 예대금리 차로만 수익을 올리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수익을 다각화·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차질을 빚었다. 현지에 직접 방문해 사업 현황을 봐야 사업 확장에도 속도가 나는데 코로나19로 출장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7억 3,300만 달러로 1년 새 25.4%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은 여파도 있지만 해외 사업 전략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불면서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다.
다른 금융사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대표 사무소를 개소했다. 신한은행이 새로운 국가에 진출한 것은 2018년 멕시코 신한은행 개점 이후 3년 만이다. 이외에 NH농협금융지주도 손병환 회장 주재로 지난달 ‘2021년 2차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열고 글로벌 사업 관련 전략을 가다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