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새집은커녕 살 집 자체를 구하기가 점점 빠듯해지고 있다. 정부가 주요 거주 지역 4개 구를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 주거용 건물이 새로 지어지는 숫자보다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입주 물량도 당분간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의 서울 정비 사업 규제가 누적된 결과다.
22일 국토교통부의 건축물 통계 중 ‘용도별 건축물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표본으로 등재된 서울 4개 구(노원·강서·강남·송파)의 주거용 건물은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6만 1,526동이었지만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5만 9,045동으로 2,481동(4.03%) 감소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보다 멸실 등으로 사라지는 건물 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정부가 표본으로 삼은 4개 구에서 모두 주거용 건물 수가 줄었다.
이 같은 주거용 건물 감소가 정비 사업을 통해 새집으로 다시 탄생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의 입주 물량은 올해 3만 1,835가구를 기록한 후 내년 2만 520가구, 2023년 2만 2,185가구 등 2만 가구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학계 등에서는 서울에 매년 5~6만 가구가 공급돼야 안정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향후 10년간 서울에서 매년 10만 가구의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공급을 크게 억눌렀던 탓에 당분간은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주택 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누적된 정비 수요를 억눌러왔기 때문에 집값이 자극을 받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본격적인 도시 형성기에 지어진 아파트와 저층 주택들이 순차적으로 재탄생하면서 수요를 충족해야 하는데 전임 서울시장 시절 10년여 동안 이 과정을 뒤로 미뤘다”며 “이에 서울에서 시작된 주거 불안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지역별 주택 유형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비율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보면 서울의 전체 주택 유형 중 아파트 비중은 42.8%로 전국 평균(51.1%)에 비해 8.3%포인트 낮다. 전국 17개 시도 중 아파트 비중이 서울보다 낮은 지역은 전남(39.4%)·경북(41.4%)뿐이다. 반면 서울의 다세대주택 비중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18.6%로 전국 평균(9.4%)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50%를 훌쩍 넘는 경기(58.0%)나 부산(56.0%)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서울의 만성적 주거용 아파트 부족이 최근 커지는 ‘집값 안정 기대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물량 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주까지 수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당분간은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과거 이명박·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했던 뉴타운 사업이 일부만 진행되고 상당수 지역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해진 영향이 컸다”며 “경기권에 대규모 공급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규제를 풀어 실제 수요가 몰려 있는 서울 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