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라지만 10%가 영향권"…稅부담, 월세 전가땐 서민피해 더 커진다

[종부세 나비효과 간과한 정부]

   과세 대상, 개인 아닌 주택수 적용땐 범위 넓어져

   공급-수요 미스매칭에 내년 집값도 인상 전망 속

   집주인 "안 팔고 증여"…전월세보증금으로 버틸 듯








정부가 2021년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고지 인원이 전국 2% 수준이어서 전체 국민 대비 세 부담 증가는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민등록 기준 미성년 국민까지 모두 포함한 계산으로 주택 숫자 대비로 보면 갑절 이상 늘어난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특성상 특정 계층에 대한 보유세 부담은 세입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전가되며 영향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만 적용이라지만…세수는 3년 새 6배 늘어=‘종부세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가장 크게 주장하는 바는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 7,000명, 세액은 5조 7,000억 원 수준이다. 올해 9월 기준 국내 인구 5,166만 7,000명과 비교해 비율은 1.83%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이는 주택분으로 고지되는 종부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비교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율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분모는 개인인 전 국민이 아니라 주택 수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 살, 두 살짜리 아이까지 모두 포함해 종부세 부담률을 계산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현실성이 있나”며 “인구 대비가 아닌 주택 수 대비로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해 가장 최근의 주택 통계인 지난 2019년 11월 기준 1,568만 9,000만 가구와 비교하면 종부세 대상의 비율은 6.03%로 훌쩍 뛴다. 1가구당 가구원 숫자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종부세의 영향을 받는 가구는 전체 국민의 10% 안팎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집값이 전국 평균 대비 높은 서울은 이 영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까지 종부세 대상 주택이 0가구였던 서울 동대문구의 경우 올해 부과 기준을 11억 원으로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58개 주택이 새로 부과 대상이 됐다. 은평구 역시 지난해 2채에서 올해 9채로 늘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서도 종부세는 점점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조세 전가는 경제학 기본”…보유세 부담에 월세가 상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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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을 보유한 납세자들로서는 세금 부담을 결국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 기미를 보이는 매매 시장과 달리 전월세 시장은 여전히 공급-수요 미스매칭 부족에 시달리는 중인데 늘어난 세 부담이 고스란히 전세 보증금 또는 월세 부담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조세 전가는 가시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대비 올해 9월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 보증금 상승 폭은 44.38%로 전세 보증금 상승률인 31.47%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여기에 월세 평균 가격은 12.24% 올랐다.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결국 종부세 대상이 되는 이들은 집을 파는 대신 월세를 돌릴 것이고 이에 부담을 안게 되는 최종 피해자는 결국 세입자인 서민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보유세 부담이 늘어도 납세자들은 계속 보유하거나 증여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전국 아파트 증여는 6만 3,054건으로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결국 보유 부담을 늘려 유통 물량을 늘린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종부세 급등이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는 상황에서 선뜻 집을 내놓을리 없다”며 “증여 또는 종부세 인상분을 월세로 넘기면서 정책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부담 큰데 ‘더 오른다’ 문제=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나 세입자 부담 증가 등 종부세발 시장 혼란이 내년에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종부세가 내년에는 더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95%에서 내년 100%로 오르는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오는 2030년까지 90%를 목표로 지속 상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승세가 둔화될지언정 여전히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적인 종부세 대상 역시 내년에는 2%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서울의 종부세 대상 지역은 동대문구·중랑구·은평구 등 비교적 중저가 주택이 몰린 지역에서 크게 늘어났는데 지금 기준대로라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매년 종부세 대상으로 새로 편입하는 지역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종부세가 옳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가장 큰 문제는 ‘속도’에 있다”며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면 집을 팔고 다른 데로 가서 살라는 것은 적절한 반론이 될 수 없고, 최소한 주택 보유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려면 예측 가능한 수준의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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