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강성부 “높은 상속·증여세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막는 최대의 敵”

‘행동주의 투자 전문가’ 강성부 KCGI 대표

과도한 세금이 되레 편법 승계 조장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오너 부담 덜어야

한진칼 투자 회수는 신중하게 접근

ESG투자 완성 위해 쌍용차에 베팅

메타버스 등 주목…두나무에도 투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롤 모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최대 적(敵)은 높은 상속·증여세입니다. 대주주의 엄청난 세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국내 기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는 열쇠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행동주의 투자가인 강성부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사모펀드 운영사)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해법을 묻자 예상과는 사뭇 달리 이같이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20년을 보내며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뒤져 있고 주주 배당은 적으면서 기업 가치는 고질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문제의 근원이 대주주의 높은 세 부담에 있다고 본 것이다.

강 대표는 “대기업의 오너 2·3세가 막대한 상속세와 배당소득세를 부담하면서 소액 주주들과 이익을 적극적으로 나눌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산업구조가 기업들을 위협하는 시대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가 변화하려면 정치권과 정부가 상속세제를 수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이름 그대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투자를 해왔다. 성공적으로 투자를 완료한 대림(DL)그룹이나 2대주주로 ‘워치독(감시견)’ 역할을 진행 중인 한진칼 지분 투자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8년 KCGI를 설립하기 전 LK투자파트너스 대표로 있으면서 중견 건설사인 요진건설산업에 투자해 지배구조 개선 전략으로 큰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적은 지분으로 오너 일가가 대기업을 지배하면서 배당 대신 개인 지분이 많은 자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행태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조장한다고 지적해왔다. 강 대표는 “창업을 존중하고 기업인이 앞장서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게 하려면 편법적 승계를 부추기는 ‘높은 상속세’라는 장애물을 먼저 치워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속세제 개편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현실적 대안으로 우선 ‘배당소득 분리 과세’를 제시했다. 강 대표는 “대주주가 배당을 받을 때 2,000만 원 이상 금융 소득은 종합소득세에 포함돼 49.5%에 달하는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다”며 “주식 양도세율은 22%에 불과한 만큼 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배당을 선택할 유인이 거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대주주에 대한 징벌적 수준의 세금 때문에 국내 기업의 배당 성향이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제일 낮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대기업에서 오너 일가의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이 이뤄지는 것도 배당 소득에 고율의 세금이 붙기 때문”이라며 “분리 과세를 통해 배당금에 낮은 세율(15.4%)을 적용하면 배당에 대한 유인이 늘어나는 만큼 일반 투자자들도 기업 이익의 혜택을 본격적으로 누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는 관행도 개선돼 M&A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강 대표는 다만 대주주의 세 부담을 낮추면서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포괄적으로 엄격히 시행해 대주주와 소액 주주 간 믿음과 신뢰가 쌓일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공개(IPO)나 증자 당시에는 유망한 사업을 내세워 주주들로부터 돈을 모아놓고 추후 회사를 분할·합병해 자산을 빼돌리는 사례들은 일종의 동업자(투자자)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강 대표에게 쌍용차 인수 주요 투자자로 나선 것에 대해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KCGI의 원칙과 무관하지 않느냐”고 묻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KCGI는 최근 쌍용차 우선 인수 협상자로 선정된 전기 상용차 업체인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인수 자금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고 있다.

강 대표는 “제 투자 철학은 2018년 KCGI 설립 때부터 ‘ESG’ 경영 전파에 있었다”면서 “쌍용차를 전기차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의 테슬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하면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쌍용차 근로자의 고용 안정도 이뤄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테슬라 마니아’라고 밝힌 그는 올 초 고향인 경남 함양의 부친 산소를 찾았다가 근처에 에디슨모터스 공장이 있는 것을 알고 둘러보면서 ‘투자의 연(緣)’을 맺게 됐다고 소개했다. 테슬라 모델X의 오너인 그는 “멀리 눈앞에 눈 쌓인 지리산이 보이는 데 루프창 위로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 오르고 있어 영험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평소 전기차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에디슨모터스’를 발견하게 돼 운명적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면 전기차 생산으로 일대 사업을 전환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 대표는 “에디슨모터스가 자체 개발한 3세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일부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 사고 위험을 현저히 낮춰 안정성이 매우 높다”면서 “에디슨모터스의 전기 버스는 타사 전기차와 달리 철보다 훨씬 가벼운 탄소섬유를 많이 적용해 한 번 충전 시 주행거리도 25%가량 길다”고 자랑했다.

강 대표는 “테슬라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의 꿈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에디슨 측이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자율주행 기술에 주목하며 자회사를 통해 LG전자 출신의 전문 인력들을 대거 투입,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는 "내년에는 국내 대형 AI인터넷 회사와 협업해 경기도 최대 관광 리조트의 사파리 투어 버스를 3단계 자율주행차로 운행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3단계 운행은 세계 최초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력해 렌터카나 택시 등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대표가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 회장과 벌였던 건곤일척의 한 판 승부는 1년 전 산업은행이 가세하며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강 대표가 운영하는 KCGI는 여전히 한진칼 지분 17.4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진칼 경영권 이슈는 언제든 살아날 수 있는 휴화산인 셈이다.

그는 한진칼 지분 취득에 대해 “경영권 장악을 위해 나섰다는 시각이 많지만 절대 그건 아니다”라면서 “주요 주주로서 경영 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그 결과 기업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조 회장 일가가 독점하던 지배구조도 재편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진칼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KCGI가 처음 지분을 매수한 2018년 717%에서 지난해 1,100%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상반기 307%로 급감했다.

한진칼 주요 주주로 조 회장 일가뿐 아니라 미국 델타항공, KCGI, 반도그룹, 산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포진한 점은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꼽았다. 강 대표는 “한진칼로서는 시어머니가 6명인 셈”이라며 “보는 눈이 많으니 과거처럼 리베이트를 챙기거나 횡령·배임 등의 불법적 경영 행위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한진칼 투자 회수는 시일을 두고 천천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달 초 산업은행 및 반도그룹과 KCGI가 양해각서(MOU)를 맺고 “한진칼의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확립 및 항공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강 대표는 세계적인 ‘투자의 신’으로 추앙받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롤 모델로 꼽으면서 “기업 경영권을 쥐고 흔들던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같은 스타일은 거리를 두는 기업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투자 확대의 방향으로 “메타버스로 총칭되는 가상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투자도 개별적 접근보다는 미래 산업의 방향이 ‘메타버스’로 향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KCGI의 투자처 중 하나라고 깜짝 공개했다.

강 대표는 “전기차를 비롯해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미래 성장 사업에 조금씩 투자를 늘리는 중”이라며 “빅데이터와 AI를 핵심 축으로 삼는 4차 산업혁명에서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아직 부족한데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게 투자 역량을 집중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