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향년 90세를 일기로 사망한 가운데 그의 유언이 공개됐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고인의 자택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녘 땅이 보이는 전방의 고지에 백골로 남아서라도 통일을 맞고 싶다'는 게 전 전 대통령의 유언이라고 전했다. 이어 “2017년 출간된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 3권 648쪽에 담긴 ‘글을 마치며’라는 부분이 사실상의 유서”라고 말했다.
회고록에서 전 전 대통령은 "문득 내 가슴 속에 평생을 지녀온 염원과 작은 소망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 저 반민족적, 반역사적, 반문명적 집단인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고 조국이 통일되는 감격을 맞이하는 일. 그날이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며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땅이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 날을 맞고 싶다"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평소에도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려라. 그런 말씀을 가끔 하셨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전방 고지라는 게 장지인데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장지가 결정될 때까지는 일단은 화장한 후에 연희동에 그냥 모시다가 결정되면 그리로 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45분쯤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졌다. 당시 자택엔 부인 이순자 여사뿐이어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 전 비서관은 생전에 마지막으로 대면한 지난 열흘 사이 유언으로 여길 만한 발언은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