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재용 "냉혹한 현실에 마음 무겁다"...메가톤급 투자 2·3탄 준비

[속도내는 뉴삼성]美 테일러 파운드리공장에 20조 투자

화성·기흥·평택·美 텍사스주 잇는 '반도체 벨트' 완성

테일러 공장 3년후 양산...시스템반도체 1위 주춧돌 마련

미중일 반도체 경쟁 격화...대만 TSMC 추월 전략 수립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업체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새 발판으로 낙점했다. 총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해 만들어지는 삼성전자의 미국 제2 반도체 공장은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이르면 연내에 삽을 뜰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역량을 3배 이상 끌어올릴 신공장은 경쟁사인 대만 TSMC를 뛰어넘을 최첨단 반도체 생산 라인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경기도 일대에 집중돼 있는 기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경기도 화성·기흥·평택, 텍사스 오스틴)과 마치 하나처럼 연결될 파운드리 신공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벨트를 형성하는 동시에 한미 반도체 동맹을 강화할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굉장히 좋았다”면서도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짧은 출장 기간에 반도체 신공장 투자 결정과 코로나19 백신 확보는 물론 주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교류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냈지만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마주하고 경영자로서 더 큰 숙제를 받은 모습이었다. 이 같은 언급은 전날 ‘초격차’를 뛰어넘어 가보지 않은 길을 삼성그룹 구성원들에게 제시한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기남(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23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미국 동서부를 아우르는 11일간의 일정을 소화하며 1년 가까이 심사숙고해왔던 투자 결정을 완벽하게 매듭짓고 귀국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는 이른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한 적이 있다. 이번 파운드리 신공장 투자 발표는 이 같은 비전 아래 추진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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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직접 태평양을 건너가 최종 결단을 내린 파운드리 신공장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세워진다. 기존 공장인 오스틴 공장과 25㎞ 정도 떨어진 곳으로 별도의 전력망을 이용하면서도 거리가 가까워 공장 조직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입지다. 삼성전자는 현재 가동 중인 한미 반도체 공장들과 파운드리 신공장을 ‘하나의 서버’로 묶어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텍사스주의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진보한 기술’을 파운드리 신공장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설치는 물론 3㎚(나노미터) 또는 5㎚ 초미세 반도체 생산 공정의 구축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미국 공장을 긴밀하게 연결, 끊김 없는 운영을 추진해 글로벌 고객사의 니즈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목표를 확실히 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신공장이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되지만 태평양 건너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은 지금처럼 한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기에 증가하는 파운드리 수요에 맞춰 한국에서 엔지니어와 연구원 등을 대규모로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신공장이 양산에 돌입하면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메타버스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의 시스템 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 공정 서비스를 더욱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파운드리 신공장은 텍사스주 테일러시로부터 10년간 재산세 90% 이상을 감면 받는 등 최소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다시 R&D에 투입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부지 선정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 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8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지지부진했던 파운드리 신공장 부지 확정 등 그룹의 굵직한 프로젝트가 방향을 잡고 나아가면서 수년간 구상에 머물렀던 대규모 인수합병(M&A)도 가까운 시일 내에 답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전장 전문 기업 하만을 인수한 후 이렇다 할 M&A를 추진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시스템 반도체와 AI, 빅데이터 등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의 새 식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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