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인구감소지역 지정 현황. /자료 제공=행정안전부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앞세워 인구 늘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정책이 금전적 보상 위주여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교통·교육·직장·의료 등 생활 기반 확충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남 영광군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2.46명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전국 1위에 올랐다.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해남군을 제치고 합계출산율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이었다.
영광군은 임산부의 이동 편의를 위해 교통카드를 지원하고 출산 가정에 출산 용품과 신생아 양육비를 지원한다. 지난해부터는 신생아 양육비로 첫째 500만 원, 둘째 1,200만 원, 셋째부터 다섯째까지는 3,0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여전히 전체 인구는 감소세이지만 합계출산율이 늘면서 이대로라면 인구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북 문경시는 내년 예산 중 귀농·귀촌·귀향을 통한 인구 증가를 이끌기 위한 정책 지원비 8억 원을 편성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주거지를 마련해 정착할 수 있도록 경량 철골조 방식의 모듈주택 설치비 370억 원도 마련했다. 모듈주택에는 귀농인들이 2년 동안 무료로 거주할 수 있다.
경남 의령군은 경남 최초로 소멸위기대응추진단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추진단은 ‘의령형 소멸 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해 총 24개 사업을 마련했다. 추진단 중심의 단일 지원체계를 통해 청년 레지던스 플랫폼 조성, 드론 실증 도시 유치 및 드론 비행 연습장 조성, 소방학교 설립 등을 내년부터 추진할 방침이다.
충북 괴산군은 타 지역 주민의 전입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8월 기존 1인당 10만 원이었던 전입지원금을 20만 원으로 늘렸다. 전입 대학생 중 전·월세 주택 거주자를 지원하고 청년취업자·청년농업인들의 주거비 지원도 신설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입학 축하금 지원 대상도 모든 입학생으로 확대했고 다문화가정 국적 취득자 지원 대상도 모든 국적 취득자로 변경했다.
인천 옹진군은 ‘서해 5도 정주생활지원금’과 ‘청년 어촌정착 지원사업’ 을 펼치고 있다. 서해5도정주생활지원금은 연평면, 백령면, 대청면 등 서해 5도에 거주하는 10년 이상 거주자에게 월 10만 원을 지원하고 10년 미만 거주자는 월 5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천 강화군도 인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지역 특성 및 인구 현황 분석, 단기·중장기 인구 활력 사업 발굴, 인구 활력 기본계획 수립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강화군은 내년 4월 나오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국고 보조사업 및 인구활력 증진 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기 가평군은 출산장려금을 출산축하금과 아이키움수당 지급으로 확대했다. 첫째 100만 원, 둘째 400만 원, 셋째 1,000만 원을 지원한다.
주요 지자체들이 인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출산율을 높이고 청년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교통, 의료, 문화, 일자리 등의 기반 확충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현금성 지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달 정부가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한 것은 인구 감소 문제를 국가 차원의 재난으로 인식한 것”이라면서 “인구 유입을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과 함께 턱없이 부족한 의료 시설 확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