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신규 확진자가 4,000명대를 기록하고 위중증 환자·사망자도 연일 역대 최다를 경신하고 있다. 두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대만·일본·홍콩 등 주변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 같이 국내 방역지표가 악화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급한 방역 완화 △추가 접종(부스터샷) 지연 △낮은 10대 접종률을 꼽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8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3,928명 늘어 누적 확진자 수가 44만 896명이라고 밝혔다. 주말 효과로 전날(4,068명)보다는 140명 줄었지만 토요일 기준(일요일 발표 기준) 최다치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647명과 59명으로, 전날에 이어 다시 최다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방역지표 악화는 유행이 안정화되기 전에 섣불리 일상회복을 진입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위드 코로나 체제 하에서 위중증 환자가 급증할 것이 예상됐음에도 사전에 병상 확충과 의료진 확보를 하지 않아 의료체계 부담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소비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위드 코로나를 서둘러 시행했는데, 결국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 들통 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하고 있는데 중환자 병상은 음압 시설, 인공호흡기, 숙련된 의료진이 전부 갖춰져야 한다”며 “병상만 있으면 된다는 발상으로는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스터샷 시기가 늦어져 고령층을 중심으로 돌파감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내 활동이 늘어나고 고령층의 면역력이 저하되는 겨울철이 오기 전에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을 완료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중증 예방도가 50% 미만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2, 3월 접종을 완료한 요양시설에 대한 부스터샷은 9월에 시작했어야 한다”며 “정부가 고령층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경증으로 지나갈 수 있다고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의 예방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급격하게 감소하는데 우리는 장장 9개월 동안 분산해서 접종을 했기 때문에 일본처럼 단기에 집중해 접종이 안됐다”면서 “고령층의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에 너무 폭넓게 위드 코로나를 펼쳐 유행이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10대 접종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도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28일 0시 기준 12~17세의 1차 접종률은 46.1%, 접종 완료율은 21.3%다. 같은 날 기준 10대 확진자는 393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10%를 차지한다. 0세부터 19세까지 합하면 전체 확진자의 18.8%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에는 고령층에서 중환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 접종이 많이 이뤄지지 않은 청소년들 중심으로 꾸준히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봤다. 니혼테레비는 “일본의 10대 접종률은 68.7%로 한국에 비해 높다”면서 “한국의 12세 이상~15세 미만 접종은 이달에서야 시작돼 10대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발 늦기는 했지만 이제서라도 비상계획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위드 코로나를 대비한 진영을 재정비한 후 점진적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역 강화 대책을 논의한 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