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내년 노인일자리에 1.4조 투입…文정부 임기 말까지 '재정중독'

올 보다 1,100억 늘려 84.5만개

생산성 낮고 고용시장 왜곡 우려

"지속 가능 일자리 늘려야" 지적

한 노인이 짐이 가득 실린 수레를 밀고 있다. /서울경제DB한 노인이 짐이 가득 실린 수레를 밀고 있다. /서울경제DB




정부가 내년 1조 4,4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84만 5,000개의 노인 일자리를 공급한다고 28일 밝혔다. 정부의 ‘재정 중독’ 일자리가 고용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 17일까지 2022년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을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이 사업은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사업으로 올해는 총 1조 3,300억 원(추가경정예산 포함)을 들여 82만 개 일자리를 공급했다. 내년에는 관련 예산과 공급 일자리를 올해보다 각각 1,100억 원과 2만 5,000개씩 더 늘려 잡았다. 사업 유형에 따라 만 60세 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면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는 소득 증가, 우울감 개선, 의료비 절감 등 여러 측면에서 성과가 인정되고 있다”며 “급증하는 노인 일자리 수요에 대응해 사업을 양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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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 공급 일자리가 대부분 ‘폐지 줍기’ 식으로 생산성이 낮을 뿐더러 노인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인들도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살릴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원한다”며 “일회성 직접 고용에 무더기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일자리 교육 등 구조적 개선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 같은 구조적 개선 ‘숙제’를 공공기관에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사회서비스형 선도 모델’ 시범 사업을 실시해 노인들에게 단순 일자리 대신 개개인의 역량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공급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하지만 서울경제 취재 결과 이 시범 사업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국내 공공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이 기금을 마련해 재원을 대고 구체적 사업 모델도 각 기관이 개별 공모를 통해 직접 구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떠넘겨 놓고는 시간이 지나면 일자리의 질(質)을 평가하겠다고 나설 게 뻔하니 이중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의 낮은 생산성과 더불어 고용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통계청은 최근 올 10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65만 2,000명 늘면서 8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 통계가 발표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용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취업자 수는 코로나 발생 이전 고점(2020년 2월) 대비 99.9%”라며 “방역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까지 3만 6,000명 남았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10월 취업자 수를 뜯어보면 60대 이상이 35만 2,000명 늘어 증가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재정을 투입한 공공일자리가 일종의 일자리 분식 회계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세종=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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