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조직문화를 개선해 악습의 고리를 끊겠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근로계약서 내용 가운데 논란이 된 '1년 동안 퇴사할 수 없고 다른 병원으로 이직할 수 없다'는 특약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병원은 간호사 업무의 서면 인수인계를 활성화하고 병동 순회 당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행동 지침 매뉴얼 배포와 함께 경력직 간호사를 추가로 채용하는 한편 부서 운영·복지비를 증액하기로 했다. 이 밖에 신규 직원의 후견인 선택제 신설, 고충 처리 전담 직원 배치, 병원장 직속 조직문화개선위원회 운영 등을 추진한다.
그러나 병원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은 "일부 관계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 자체 조사만으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섣부른 발표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점을 우려해 병원은 별도의 발표 없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상조사위원회를 연말까지 운영해 조사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경찰 수사 결과 관련자의 혐의가 인정되면 관용 없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엄정하게 조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병우 병원장은 "직원의 불편과 어려움 등을 주의 깊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실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조치와 개선을 통해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이 병원 신입 간호사인 23세 A씨는 지난 16일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과중한 업부부담과 간호사 집단 내부의 가혹행위인 이른바 '태움'을 견디지 못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