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반달


김주대


양손에 큰 짐을 든 노인이

동요를 부르며 걷다가

간간이 뒤돌아본다

계집아이가 깡마른 사내아이를 업고

노인의 노래를 따라 걷는다

계집아이의 걸음이 느려지면

노래가 커지고

따라붙으면 작아진다



등에 업힌 사내아이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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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아이도 노래를 따라 부른다

자다 깬 사내아이가

계집아이의 목을 끌어안고

노래를 옹알거린다

노래를 따라 노래가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너간 후

반달이 천천히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반달이 귀를 닮은 까닭을 알 것도 같다. 반달은 노래 수집가였구나. 노래 행렬이 사라지자 얼른 구름 커튼 뒤에서 따라 불렀을 것이다. 노인이 부르고, 계집아이가 따라 부르고, 사내아이가 옹알거렸으니 노랫말을 다 기억했을 것이다. 노래를 부르던 반달은 문득 구름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해맑은 노랫말 속 따뜻한 슬픔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노인과 계집아이 사이 있어야 할 노래 징검돌들은 어디에 있을까? 노인의 짐을 받아들고, 계집아이가 업은 사내아이를 번쩍 안아들 그림자들을 찾아보았을 것이다. 제가 가던 길이 상현으로 오르던 길인지, 하현으로 기울던 길인지 깜빡 잊기도 했을 것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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