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산업화의 부산물로 그 배출량과 대기중 농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추가 배출을 억제하고 대기 중 농도를 줄이기 위해 범지구적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라한 온난화 주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촉매기술이 개발됐다. 이산화탄소를 공업 원료인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촉매다. 기존 촉매보다 활성도와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 자원화의 핵심 원천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의 권영국 교수팀이 성균관대, DGIST 연구진과 공동으로 촉매입자에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수준 보다 더 가는 초미세 균열을 내는 특수 기술을 이용해 고성능 주석 산화물 촉매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초미세 균열 사이에 반응물이 갇히면서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고 반응 부산물 생성은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이산화탄소에 전기를 가해 이를 고부가가치의 화합물 또는 연료를 바꾸는 기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변환한다면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값싸고 성능 좋은 촉매가 필요하다. 촉매는 반응에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를 줄이는 물질로 주로 귀금속이 쓰인다.
연구팀은 값싼 비귀금속 주석(Sn) 기반 촉매를 고성능 개미산 생산 촉매로 탈바꿈시켰다. 개미산은 식품, 가죽처리, 제약 산업에 널리 쓰이며 최근에는 연료전지 연료와 수소저장체로도 주목받는 물질이다.
개발된 촉매는 기존 상용 주석 산화물 소재와 비교해 에너지소모(과전압)가 적고 개미산의 생산 속도가 19배 이상 향상 됐다. 반응 부산물(수소) 생성도 70% 줄었다. 기존 주석 촉매는 값은 싸지만 반응속도가 느리고 반응 부산물 생성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 부산물이 많이 생길수록 전기에너지가 원치 않는 반응에 낭비된다는 의미다.
주석 촉매 입자에 초미세 균열을 내기 위해서 양이온 주입 기술을 썼다. 주석 산화물 입자 내부에 리튬 양이온이 주입되면 가지런했던 원자 배열이 어긋나게 되고, 이 어긋난 원자배열들(입계결함)이 이동하면서 입자 내부에 약 1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균열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이 같은 사실은 주사투과전자현미경(STEM)을 이용한 단층촬영과 3차원 구조화를 통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연구팀은 최적의 미세균열 크기도 찾아냈다. 미세 균열의 크기가 6Å(옹스트롬, 원자 2~3개 크기) 수준일 때 개미산 생성 속도와 선택성이 향상되고 부산물 생성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정확한 이론적 원리도 규명했다. 핵심 중간생성물이 촉매 초미세 균열 내부의 한쪽 표면에 흡착될 때 맞은편 촉매표면과 상호작용해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드는 원리다. 이 덕분에 개미산 생성은 극대화되고, 부산물인 수소 발생은 획기적으로 준다. 일반적으로 화학 반응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이 핵심 중간생성물이 만들어지는 반응이 이산화탄소 변환(환원) 화학반응 중 가장 반응속도가 느리고 어려운 반응단계이다.
권영국 교수는 “주석 입자 내 원자 수준 틈을 제어하는 기술을 통해 고부가 개미산의 생산속도와 선택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며 “본 연구에서 제안한 기술은 다양한 전기화학 촉매 연구 분야로 확장이 가능해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이호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하고, 성균관대학교 정형모 교수팀, DGIST 슈테판 링에(Stefan Ringe) 교수팀과 공동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공학·전기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온라인 공개됐으며,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