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접종 학생, 공부하지 말란 건가"…'백신 강제'에 뿔난 학부모

[한달만에 위드코로나 중단-'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에 강력 반발]

'18세 이하 감염' 전체 신규 확진의 20% 차지

당국, 8주 유예 후 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 적용

"부작용 우려 해소 안됐는데…사실상 강제 접종"

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중식당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중식당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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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부터 만 12세 이상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가 적용된다. 청소년들이 자주 다니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PC방 등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방역패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과 부모들은 “백신을 맞지 않으면 공부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사실상 백신 강제 접종”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3일 코로나19의 청소년 유행을 막기 위해 8주 유예기간을 둔 후 내년 2월 1일부터 만 12~18세에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소년의 감염 확산을 차단하고 대면 수업 등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방역패스 확대와 예방 접종률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청소년의 감염률이 높고 집단 내 확산이 일어나기 쉽다는 점을 감안해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부터는 청소년도 식당·카페뿐 아니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도서관·PC방 등에 갈 때 백신 접종 완료일로부터 2주(14일)가 지났다는 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청소년이 학원에 가려면 이틀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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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그동안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을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해왔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최근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체 신규 확진자 수의 약 20%를 차지한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1차 47.6%, 완료율은 27.9%에 그친다. 아직 성장기인 청소년들인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강력히 당부하고 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은 청소년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사전예약을 받고 접종 기한을 내년 1월 22일까지 연장했다. 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2주간을 ‘집중 접종 지원 주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방문 접종을 시행하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청소년 방역패스를 발표하면서 “현재 코로나19를 막아낼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방어벽은 백신”이라며 “고령층 3차 접종과 청소년 기본 접종이 방역의 키를 쥐고 있다”며 접종 참여를 독려했다.

학부모들과 학생을 비롯해 학원가에서는 이 같은 정부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방역패스가 적용되면 백신 안전성이나 신뢰도 등을 이유로 접종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불편함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학원·독서실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하면 청소년들의 ‘공부할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A 씨는 “종교시설이나 백화점도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데 마스크 쓰고 공부하는 학원에 도입한다고 한다니 기가 막힌다”며 “정부가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B 씨도 “코로나 시대 학교 수업이 원활하지 않아 학원 다니는 게 필수가 됐는데 백신 안 맞으면 학원도 가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며 “이제는 과외를 알아봐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학생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중학교 3학년 C 군은 “백신을 안 맞으면 학원이나 독서실을 못가도록 한 정부의 조치가 강압적으로 느껴져 불쾌하다”고 전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도 불만을 토로한다. 서울 양천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서 모 씨는 “학원에서 별도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지 학부모들의 문의가 30여 통 왔다”며 “그동안 학원은 정부의 일방적인 방역 지침을 군말 없이 철저히 지켜왔는데 또다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왕해나 기자·한동훈 기자·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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