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래와 안보는 뒷전이고 돈 뿌리기에 중독된 예산


국회가 3일 본회의를 열어 607조 7,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당초 제출한 예산안보다 3조 3,000억 원 순증됐다.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2일)을 지키지 못하고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뒤늦게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용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는 이유로 여야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돈 뿌리기 선심 정책’에 나라 살림이 휘둘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가 강력히 요구했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당초 6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5배나 늘었다. 소상공인을 위한 손실 보상 하한액도 분기당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인상됐다. 코로나19와 연관이 없는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규모도 4,000억 원이나 증액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지역구 관리에 활용되는 셈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 과정(3~5세 보육) 지원금을 26만 원으로 올리는 등 현금 살포 위주의 복지 확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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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예산은 무엇보다도 미래와 안보를 위해 편성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며 반도체 등 전략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선진국과 달리 연구개발(R&D) 예산을 300억 원 줄였다.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미사일·전투기·핵추진잠수함 등 첨단 무기 개발·도입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외려 화력 장비(66억 원)와 항공 장비(31억 원) 확보 예산을 줄여 전체 국방비는 6,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반면 청년층 표를 의식해 월급 인상을 포함한 사병 복지 예산을 확대했다.

내년 국가 채무는 1,064조 4,000억 원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50%로 뛰어오른다. ‘나랏빚 천조국(千兆國)’이라는 불명예의 터널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집권 연장을 위해 미래와 안보를 뒷전으로 미루고 오직 돈 풀기에 중독된 예산안을 밀어붙였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나랏돈을 펑펑 써버리면 부메랑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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