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지친 마음 보듬는 위로 메시지 되길"…'사랑의 손편지' 전하는 조현식 온기우편함 대표

삼청동 등 9곳에 노란색 우편함

공부·취업 고민에 일일이 답장

지금까지 1만 1,000여 통 전달

정답 대신 '공감과 소통'에 초점

서울 송현동 덕성여중 앞에 마련된 온기우편함. 옆에는 이를 설명하는 팻말이 서 있다.서울 송현동 덕성여중 앞에 마련된 온기우편함. 옆에는 이를 설명하는 팻말이 서 있다.




낙엽이 쌓인 서울 송현동 덕성여중 앞길을 걷다 보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장면과 마주한다. 영화 속 소품으로 등장할 것 같은 우편함. 노란색 지붕과 기둥, 흰색 함으로 따뜻함을 입힌 우편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손끝으로 전하는 마음, 온기우편함’.



온기우편함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누군가 익명으로 고민을 담은 편지를 넣으면 손 편지로 답장을 받을 수 있다. 내용은 조현식 온기우편함 대표와 고민 편지에 답을 하는 온기우체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볼 수 없다. 그 자체가 개인 정보이기에 철저한 보호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조현식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미니어처로 만든 온기우편함을 소개하고 있다.조현식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미니어처로 만든 온기우편함을 소개하고 있다.


e메일도 있고 타이핑해 답장을 쓸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든 손 편지를 선택했을까. 조 대표는 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람 냄새가 묻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타이핑은 모든 글씨가 똑같지만 손 편지에는 각자의 서체에 마음이 담겨 있다”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핑에 비해 느리고 힘도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지만 사람의 온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온기우편함의 시작은 지난 2012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잡화점에 침입한 미래의 도둑 3명이 과거로부터 온 편지에 답장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인생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조 대표는 책이 아닌 현실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2017년 2월 삼청동을 출발점으로 덕수궁 돌담길, 노량진 고시촌, 혜화동 등에 우편함을 세웠다. 지금은 서울 9곳에서 노란색 우편함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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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식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처음 만든 핑크 색 온기우편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식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처음 만든 핑크 색 온기우편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편지에 담긴 내용은 다양하다. 10대는 공부나 친구와의 관계, 20~30대는 취업과 진로 관련, 50대 이상은 삶에 대한 질문과 육아 문제에 대한 것이 주류를 이루지만 다른 고민도 많다. 실제로 조 대표가 처음 받은 편지는 연인 간의 문제를 다룬 내용이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는 ‘무기력’에 대한 호소가 밀려들었다. 그는 “편지에 우울감·고립감 같은 내용의 빈도가 확실히 늘었다”며 “고립되고 혼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답장은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다양한 연령층의 온기우체부가 담당한다. 조 대표는 “각자 삶에 쫓기다 보면 타인에게 시선을 돌리기가 쉽지 않은데 이 분들은 예외"라며 "답장 한 통을 쓰는 데 2~3시간 걸리는 힘든 작업이지만 모두 기꺼이 시간을 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답장을 쓰는 데는 원칙이 있다. 편지 쓴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절대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당신의 고민을 함께한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데 힘쓴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내가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답을 주기보다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내가 고민의 당사자라면 이런 위로를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답장을 쓰고 있습니다."

온기우편함 소개 책자온기우편함 소개 책자


이렇게 쓴 답장이 지금까지 1만 1,500통이나 된다. 따뜻한 편지에 대한 반향은 컸다. 온기우편함 홈페이지에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이 보낸 것 같아 한참을 울었다’ ‘무려 5장의 답장을 읽으며 나의 괴로움을 이해해준다는 것에 감사했다’ 등과 같은 답글이 쇄도했다. 최근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으로부터 선행상을 받은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그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서울 지역에만 있는 온기우편함을 지방에서도 볼 수 있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60대 이상을 위해 오래된 영화관에서 고민 편지를 받아 따뜻한 위로를 전해보고도 싶다. 조 대표는 이를 위해 변치 않는 마음을 다짐한다. “가장 큰 목표는 진심을 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겠다는 진심만큼은 지키고 싶습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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