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아트페어의 고정된 형식을 탈피하고 기획전시의 성격을 더해 출범한 대안적 아트페어 ‘솔로쇼(Soloahow)’가 지난 2일 개막해 오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원에디션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지난 2018년 첫 번째 ‘솔로쇼’부터 빠짐없이 참가해 온 학고재갤러리는 순진무구하고 자유로운 화법의 오세열(76)을 선보였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어린시절의 감각을 재료료 구성한 그의 반(半) 추상 화면은 꼭 칠판에 분필로 낙서한 그림처럼 친근하면서도 초월적이다.
“어릴 적 우리가 몽당연필에 침을 살살 묻혀서 1 2 3 숫자를 쓰잖아요. 숫자는 인간의 운명이자 욕망입니다. 반면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낙서이자 공부 역시 숫자고요. 물질적인 것에만 매달리는 현대사회에서 소멸해 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광목천 위에다 기름기를 최대한 덜어낸 다양한 색의 유화물감을 7~8번씩 덧칠한다. 두툼한 질감을 위한 과정으로, 그 위를 나이프나 면도날, 이쑤시개 같은 도구로 섬세하게 긁어내며 작업한다. 반복적으로 긁어내 결국에는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던 색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솔직한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묵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되 결과로 드러난 화면은 유쾌하다.
올해 ‘솔로쇼’는 50세 이상의 중견작가 개인전 형식을 콘셉트로 택했다. 독일의 쾨닉, 에스더쉬퍼 갤러리 등이 참가해 국제적 협력도 시도했다. 기존의 백화점식 아트페어에서 벗어나 힙한 편집샵 느낌의 아트페어로 존재감을 자랑해 온 ‘솔로쇼’가 이번에는 ‘명품관’으로 변신한 듯하다. 명품관에 비유되는 이유는 국내외 활동이 왕성한 중견작가 및 위상이 견교한 원로작가들로만 꾸려진 화려한 작가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