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증시가 혼란스럽습니다. 미국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선언하면서 경기민감주, 금리 상승 관련 종목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듯 하더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가 급락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 미국 정부의 테이퍼링이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에 희망을 갖기도 하고,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져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대체 시장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글로벌 자금 이동 상황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글로벌 ETF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이번 <코주부 레터>에서는 최근 글로벌 ETF의 자금 유출입 동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글로벌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자금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가장 큰 ETF 시장인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 규모만 지난달 기준 7,700억달러(926조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글로벌 ETF 시장에서 어느 상품으로 돈이 옮겨가고 있는 지를 살펴보면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어떤 상품에 관심을 두고 있고, 어떤 상품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움직임은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판단하는데 주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지난주(11월22일~11월26일) 글로벌 ETF 자금 유출입 상황을 한 번 체크해 봤습니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온 미국 등 선진시장 펀드
지난주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상품은 '뱅가드 토탈 스톡 마켓 ETF(Vanguard Total Stock Market ETF)'였습니다. 지난주에만 11억1,517만달러가 유입됐네요. 티커명 'VTI'인 이 ETF는 미국의 모든 주식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여기에 투자하는 건 그냥 미국 증시를 사는 것과 다를 게 없는데요. 미국 증시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로 유입액이 많은 ETF는 '아이셰어즈 MSCI USA 모멘텀 팩터 ETF(iShares MSCI USA Momentum Factor ETF : 티커명 MTUM)'였습니다. 순유입액은 10억1,431만달러입니다. 이 ETF는 미국 대세 기업 15곳을 선별해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세 번째는 '아이셰어즈 코어 MSCI EAFE ETF(iShares Core MSCI EAFE ETF: 티커명 IEFA)'네요. 6억8,400만달러가 유입됐습니다. 이 ETF는 미국을 제외한 유럽이나 호주, 일본 등 선진 시장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대체로 지난 주 자금 유입이 많은 ETF는 미국과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이 많았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뱅가드 미드캡 ETF(Vanguard Mid-Cap ETF : 티커명 VO)', 인베스코 나스닥 100 ETF(Invesco NASDAQ 100 ETF : 티커명 QQQM)', 'SPDR 골드 트러스트 ETF(SPDR Gold Trust : 티커명 GLD)'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채권펀드·신흥시장 펀드는 주춤
반대로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ETF는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Invesco QQQ Trust : 티커명 QQQ)'였네요. QQQ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최애 ETF 중 하나인데요. 지난주 15억8,000만달러가 순유출됐습니다. 글로벌 자금은 QQQ에서 빠져나갔지만 국내 서학개미들은 같은 기간 1,780만달러어치를 순매수 결제했는데 누가 웃게 될 지 궁금합니다.
QQQ 다음은 '아이셰어즈 아이박스 USD 하이일드 회사채 ETF(Shares iBoxx USD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 : 티커명 HYG)'입니다. 고수익 채권 펀드인데요.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서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14억달러어치가 빠져나갔네요. 세 번째는 'SPDR S&P 500 ETF Trust(티커명 SPY)'로 11억달러가 순유출됐습니다.
지난 주 펀드 플로우를 보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자산으로 투자 자금이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주 전만 해도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KraneShares CSI China Internet ETF(티커명 KWEB), 그리고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권 펀드가 상위권에 자리했지만, 지난 주에는 상위 리스트에서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대신 선진국, 특히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와 금 ETF가 상위권에 자리했네요. 결국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증시에 대한 우려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듯합니다. 우리 증권가에서는 '충격이 적을 것' '단기 영향에 그칠 것' 등으로 투자자들을 달래고 있지만 글로벌 자금은 이미 재빠르게 투자처를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투자자들도 당분간은 몸을 사리는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최근 자금이 많이 들어온 ETF를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레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아래는 티커명입니다.
◆VTI : VTI ETF는 뱅가드 그룹이 2001년 5월에 설립한 펀드입니다. 자산만 2,864억달러(약 340조원)나 되는 글로벌 ETF 중에서도 톱 그룹에 속합니다. 이름에 걸맞게 미국 전체 주식 중 시가총액(1,500만달러 이상)과 거래량(거래 가능 주식이 전체 주식의 12.5% 이상) 등의 조건에 맞는 종목은 모두 투자합니다. 미국 기업이 대부분이구요. 최근 1년간 수익률은 27.56%로 나오네요. 기술주 비중이 높구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A 등이 편입 비중 상위권에 있어요.
◆MTUM : MTUM ETF는 블랙록에서 운영하는 ETF로 주가의 모멘텀을 이용한 공격적인 투자 ETF입니다. 일정 기간 주가의 상승률이 높은 주식을 포함하고 그 조건을 갖추지 못한 종목을 배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하네요. 자산은 180억달러고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5.09%입니다. 테슬라 비중이 높구요. 최근 금융주 강세를 반영하듯 JP모건이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같은 금융주 비중도 높습니다.
◆IEFA : IEFA ETF 역시 블랙록에서 운영합니다.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국 주식을 편입하고요. 엇비슷한 펀드보다 소형주까지 커버하고 있어 시장을 잘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산이 1,000억달러 정도라고 나오네요. 최근 1년 수익률은 7.38%. 국가별로 일본 주식이 가장 많고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호주 순입니다. 네슬레, ASML, 로슈 등이 편입 비중 상위 종목이지만 비중은 2%가 넘지 않아 대체로 골고루 담고 있는 듯합니다.
◆VO : 뱅가드그룹에서 운용하는 중형주 ETF 입니다. CRSP 미국 중형주 지수를 추적하구요. 300여개의 중형주에 분산 투자돼 있습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투자할 때 대부분 대형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죠. 중형주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럴텐데요. 그런 상황에서 좋은 투자 대안이 되는 ETF입니다. 1년 수익률은 26.96%구요. 기술주 비중이 높습니다. 주요 편입 종목으로 덱스컴, 마벨테크놀로지, 시놉시스 등이 있습니다.
◆QQQM : 인베스코에서 운용하는 나스닥100 종목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자산은 33억달러 정도구요. 최근 1년 수익률은 25.04%입니다. 국내 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QQQ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ETF에요. 기술주 비중이 압도적이고 금융주는 제외된다고 합니다. 현재 편입된 종목을 보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10% 이상 차지하고 있구요.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등의 비중도 높습니다.
◆GLD : 유명한 금 ETF입니다. 영국 런던 금 현물에 100% 투자하며, 국제 금 시세에 연동돼 움직입니다. 대표적인 리스크 헤지 상품으로 실물 금에 직접 투자하는 최초의 ETF라고 합니다. 자산은 570억달러 정도이고 최근 1년 수익률은 -6.45%로 좋지 않습니다. 최근 자금이 몰리는 것은 불안한 증시에 대한 안전 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라고 봐도 될 듯합니다.
국내 증시 ETF도 상당히 늘었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는 정말 다양합니다. ETF만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더라도 대부분의 자산에 투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글로벌 ETF를 조금씩 공부하는 것 만으로도 좋은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들 성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