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투자 전문 기업 총수를 만나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5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EQT파트너스의 콘니 욘손 회장을 만나 그린 에너지, 헬스케어 등 미래 유망 분야 투자 관련 협력을 강화하자고 약속했다. EQT파트너스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세운 투자 전문 기업이다. 2019년 스톡홀름 증시에 상장됐으며 시가총액 60조 원에 운용 자산 규모만 90조 원에 달한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 24개국에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그룹의 가족 세습을 이어가지만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 최대 기업을 이끌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지배구조, 배당금 사회 환원 등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와 한국 주요 대기업들이 ESG 경영에서 닮고자 하는 사례로 꼽힌다.
이번 회동에서 최 회장은 탄소 감축 노력,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지배구조 혁신 등을 소개했고 욘손 회장은 SK의 이런 경영 활동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한국은 특히 수소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SK 역시 수소 생산부터 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욘손 회장은 “한국 수소 비즈니스 발전 속도가 유럽에 비해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SK그룹이 하는 어떤 분야에서든 협업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바이오·헬스케어 등에서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최 회장이 한국과 미국에서 다방면에 걸친 바이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하자 욘손 회장은 해당 분야의 상호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뜻이 있다고 언급했다.
욘손 회장은 SK의 유럽 시장 진출 현황에 관심을 보였고 최 회장은 헝가리·폴란드 등에서 배터리 부문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욘손 회장은 “유럽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다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SK가 아시아에서 기여할 수 있듯이 EQT는 유럽에서 SK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미국 워싱턴DC 교외 샐러맨더에서 현지 시간으로 6∼8일 열리는 국제 포럼인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참석차 이날 오후 출국했다. 이 포럼은 그간 범태평양 지역의 민간 외교와 정책 공조 필요성을 강조해온 최 회장이 해당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해법을 찾고 경제·외교적 대안을 마련하고자 직접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