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도 더 된 일이다. 지난 2016년 8월 기자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한 요양원을 찾았다. 원격의료 시범 사업 현장 취재를 위해서였다. 당시 치매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80대 초반의 노인은 모니터 속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후 잠시 기자와 눈을 맞추더니 “세상 참 좋아졌다”며 “병원에 가지 않아도 아픈 곳을 고쳐 준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양원에서 병원을 다녀오려면 직원 3~4명의 도움과 2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요양원장은 “차로 30분을 이동해 엘리베이터도 없는 병원 진료실까지 어르신을 업고 오르내리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며 “예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진료를 받았는데 이제는 수시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같은 현장을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의 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당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었던 권덕철 장관은 원격의료 시범 사업 확대 방침을 밝혔다.
굳이 5년이 지난 얘기를 이 시점에 꺼내는 것은 아쉬움이 커서다. 만약 그때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해 청와대가 끌고, 정부가 밀고, 국회가 힘을 실었다면 지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코로나19 재택 치료자가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임이 분명하다. 또 도서와 산간벽지 환자 등이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보다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원격의료는 5년 전뿐 아니라 21년 전인 2000년부터도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추진해왔다. 심지어 현 정부도 원격의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0년 넘게 시범 사업은 시작과 중단, 재시작, 확대 등을 반복했고 원격의료 관련 법안은 발의와 폐기를 되풀이했다. 21년간의 게걸음에는 의료계의 반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의료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과거와 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원격의료는 허용하는 것이 맞다. 의료계는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원격의료를 금기시하고 거론조차 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안전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하는 의료인이 늘어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국회, 그리고 정부가 뜻을 모아 원격의료를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21년을 앞으로 21년 동안 되풀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코로나19로 원격의료가 한시 허용된 이때가, 적지 않은 국민이 원격의료의 필요를 간절히 느끼는 지금이, 바로 원격의료 도입의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