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리서치 인스티튜트는 최근 ‘2021 CS 젠더 3000: 폭넓어지는 다양성에 대한 논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동사는 지난 2012년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고위직 임원과 이사회 내 성비 변화를 추적해 분석하는 이 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올해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46개국 3,000개 이상의 기업에 몸담은 3만 3,000여 명의 고위직 경영진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변화들에 주목했다.
최근까지 다양성에 대한 기업과 규제 당국 및 주주들의 관심은 주로 이사회의 다양성에만 쏠린 것이 사실이다. 이번 리포트에 따르면 이사회만큼이나 고위직 경영진에서의 다양성 역시 기업가치를 올려주는 다양한 지표들, 즉 기업의 재무적 성과 및 주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다양성은 그간 유의미한 진전을 보여서 전 세계적으로 기업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24%로 2015년 대비 8.9%포인트 증가한 수치를 보여줬다. 지역별로는 북미·유럽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과 라틴아메리카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아시아태평양은 양극화 현상을 보여줬다. 호주·뉴질랜드가 약 33%의 비율을 보인 반면 한국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9%에 불과해 역내에서 가장 뒤처진 모습이었다. 경영진 내 여성 비율은 더 낮은 양상이었는데 2019년 이후 4%포인트 증가한 8%를 기록했으나 전 세계 대비해서는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조직일수록 영업 성과와 주가의 수익률이 더 높다는 다양성의 프리미엄은 여러 지표로 보인다. 지난 10여 년간의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고위직 경영진의 구성이 다양한 기업일수록 회사의 이익률이 좋았고, 부채비율로 대변되는 재무 건전성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에 따른 신용등급도 높았으며 밸류에이션 프리미엄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주가 수익률 측면에서도 여성 고위 임원 비율이 20% 이상인 기업들의 주가 추이를 보면 그 비율이 15% 미만인 기업과 비교해 매해 약 2%포인트 웃돌았다. 특히 이사회와 경영진 두 기준 모두 다양성의 비율이 높을 때와 두 비율 모두 낮은 경우 대비 주가 수익률 차이는 2.9%포인트 정도로 다양성의 프리미엄이 확대됐다.
이러한 다양성을 포함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략은 기업의 재무·평판·규제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준다. 특히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있어서 사회적 채권과 지속 가능 채권 등의 비중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은 자금 조달 비용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의 투자 기준이 ESG를 점점 더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변화는 가속화될 것이라 예상된다.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공시하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참고하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