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국가산업단지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저성장과 자유무역 약화, 주력산업의 둔화, 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산업환경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단지의 패러다임 전환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1,246개에 이르는 산업단지는 여러 방면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탄소저감에 특히 주력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이 글로벌 신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면서 사회 전반의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세계적인 요구와 기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7일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산업부분 에너지 사용량의 83.5%, 온실가스 배출량의 76.6%를 산업단지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단공은 법정 온실가스 저감 대상이 아닌 비제도권 기업들의 친환경 설비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부와 산단공은 2017년부터 ‘산업단지 온실가스 저감사업’을 시작해 올해까지 319개사가 참여한 결과 1만4,432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산화탄소 1톤을 저감하면 926㎡(280평) 면적에 나무를 심는 효과가 있다.
산단공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부산 강서구 생곡자원순환특화단지에 있는 산업용 가스 제조 기업 ‘선진환경’에 ‘산업단지 차량 폐냉매 회수 및 재생냉매 충전 서비스 실증화 사업’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차량 탑재형 폐냉매 회수 차량’을 통해 냉동설비 사업장의 폐냉매 방출을 줄이면서 안전하게 폐냉매를 회수하고 재생냉매를 공급해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게 목적이다. 이 사업을 수행한 결과 선진환경에서는 연간 온실가스 910.9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온산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정밀화학소재 생산기업 ‘한진케미칼’도 산업부와 산단공의 지원으로 폐냉매 회수차량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이 사업장은 냉동설비가 필수적이라 주기적인 냉매교체가 필요하다. 문제는 냉매를 교체할 때 장시간 설비 가동을 멈춰야 하고 이는 곧 생산 손실로 연결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었다. 김진영 한진케미칼 이사는 “폐냉매 회수 차량으로 신속하게 냉매를 회수하고 교체하니 기존에 1~2일 걸리는 작업이 2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게 됐다”며 “작업의 효율도 올라가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점이 많은데 이런 설비들이 기업들에 많이 지원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산단공의 지원으로 올해는 38개 기업이 이동형 폐냉매 회수장비를 구축하고 고효율 공기압축기 등을 도입해 사업장의 탄소를 줄이면서 생산능력은 높이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부응하기 위해 저탄소 고효율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단지 온실가스 저감사업은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제조기업의 공동 인프라를 친환경화해 산업단지 차원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도모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탄소 중립을 위한 경제적·기술적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친환경화 지원이 시급하다”며 “특히 글로벌 탄소중립 기준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단지 온실가스 저감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