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최근 금융시스템의 최대 위험 요소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을 꼽았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재확산 및 백신접종 지연 등이 위험 요인에 포함됐으나 이번엔 제외됐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하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에 따르면 금융기관 종사가 80명 중 20%가 금융시스템 1순위 위험 요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을 1순위 위험이라고 한 응답률도 20%를 기록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7%로 세 번째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금융기관 임직원, 금융업권별 협회 및 금융·경제 연구소 직원, 해외 금융기관 한국투자 담당자 등 80명의 의견을 조사했다. 조사는 지난달 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다.
위험 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5개 위험 요인(복수 응답)을 단순 집계한 조사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55%로 가장 많았다.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42%로 뒤를 이었고, 글로벌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도 23%로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불확실성, 장기 시장금리 상승, 글로벌 자산 가격 급격한 조정 등은 1년 이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은 중기(1~3년)에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지난 조사까지 중기에 현재화될 것으로 봤으나 이번엔 단기로 앞당겨졌다.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력도 크다는 분석이다.
단기 안에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12%가 ‘매우 높음’과 ‘높음’을 선택했다. 올해 상반기 조사(9%)보다 다소 높아졌다. 반대로 ‘낮음’과 ‘매우 낮음’을 선택한 비중은 47%에서 39%로 하락했다. 중기 안에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높음’과 ‘높음’이 29%에서 36%로 상승했고, ‘낮음’과 ‘매우 낮음’이 28%에서 25%로 낮아졌다.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안정성 제고를 위해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 ‘코로나19 지원조치의 질서있는 정상화’, ‘부동산 시장 안정 도모’ 등이 현 시점에서 긴요한 과제라고 응답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가운데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해야 하고, 코로나19 지원 조치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