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중인 구독경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카드 업계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구독시장에 특화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나 제휴 카드를 통해 정기적인 결제가 이뤄지다 보니 충성 고객 확보가 용이해서다. 또 고객 소비 패턴 등 각종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데이터 시장에서 차별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는 8일 SK텔레콤의 구독 플랫폼 ‘T우주’의 패키지 상품 ‘우주패스’에 특화 혜택을 제공하는 PLCC인 ‘T우주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T우주는 SK텔레콤이 만든 구독 플랫폼으로 아마존·11번가·구글·스타벅스·이마트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한다. 우주패스는 이 같은 구독 상품을 패키지로 구성한 서비스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돼 향후 미디어나 콘텐츠 전 영역에서 신시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현대카드도 구독시장 할인 서비스나 구독시장 관련 PLCC를 잇따라 출시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디즈니+의 공식 마케팅 파트너가 된 현대카드는 M포인트몰에서 디즈니+ 1개월 이용권을 M포인트 9,900포인트에 판매하며 정기 결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지난 11월 한 달간 현대카드를 통한 디즈니+ 이용 금액은 17억 1,279만여 원으로 같은 기간 유튜브 이용 금액인 14억 8,268만여 원보다 많다. 그만큼 정기 결제 이용자들이 많아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네이버 플러스 맴버십 정기 결제 이용자에게는 맴버십 월간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네이버 현대카드’도 대표적인 구독시장 관련 PLCC다. KB국민카드는 이달 초 카카오 구독 서비스 특화 상품인 ‘KB국민 톡톡 구독카드’를 선보였다.
카드 업계가 최근 구독시장을 주목한 이유는 빠른 성장 규모로 단기간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25조여 원 규모였던 국내 구독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조여 원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정기 결제를 이용하는 충성 고객이 많아지면 카드 업계 고민거리인 ‘휴면 카드’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올 3분기 1년 이상 이용 실적이 없는 휴면 카드 수는 895만 4,000장으로 전년 동기보다 66만 장 넘게 늘었다.
여기에 카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이터 시장’ 선점에도 구독시장 확보가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받으려면 정기적으로 카드 결제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구독시장을 이용하는 MZ세대가 많다 보니 업계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이들의 취향이나 소비 패턴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도 용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