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 사회생활의 치욕과 슬픔






인간은 자신이 속해 있는 당파의 죄수복을 입게 된다. 우리는 서로서로 얼굴과 외양을 닮아가고, 차츰 지극히 순종적인 당나귀의 표정을 갖게 된다. 그중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치욕적인 경험은 일상생활에 언제나 등장하는 ‘아첨하는 바보 같은 표정’이다. 재미없는 대화에 끌려들어 불편한 마음으로 대답할 때 우리의 얼굴에 나타나는 억지웃음 말이다. 그럴 때면 근육이 자연스럽지 않아서 억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기분이 아주 나빠지며 얼굴도 굳어버린다. (랠프 월도 에머슨, ‘자기신뢰’, 2015년 창해 펴냄)





읽는 순간 마음을 찔렸다. 사회생활 도중 내 얼굴엔 이 ‘지극히 순종적인 당나귀의 표정’ ‘아첨하는 바보 같은 표정’이 얼마나 많이 떠오를까. 랠프 월도 에머슨의 책은 버락 오바마, 마이클 잭슨 등이 열렬히 애독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래퍼 스윙스는 이 책을 열 번 이상 읽었으며 방송인이자 사업가 홍진경도 최근 이 책의 엄청난 영향력을 소개했다. 스스로를 믿고 자신만이 독보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을 따라가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은 서서히 지워지고 군중의 일원으로서 당나귀나 아첨하는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김이나 작사가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본인도 느끼지만 40~50대가 되면 ‘정돈된 이목구비’로 세상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누구도 불쾌하게 만들지 않고 어디 가도 흠 잡히지 않을 만한 사회적인 얼굴,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볼근육을 경직시켜 만드는 그 표정을, 나이들수록 우리는 급속도로 빨리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한 중년 남자가 오디션에서 그 정돈되고 경직된 얼굴로부터 변신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표정으로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일제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재능이 있으나 그 재능을 믿고 단독자가 되는 사람은 극소수다. 천재란 결국 자신의 재능을 끝까지 믿고 놓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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