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청소년 방역패스를 둘러싼 반발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관계 부처와 협의해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유 사회부총리는 8일 서울 영등포구 양화중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백신 접종 관련 학생·학부모·전문가와 함께하는 온라인 포럼’에서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과 관련해 학생들의 우려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우려 사항을 경청해 현장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도입을 철회하지는 않지만 개선할 사항이 있으면 수용하겠다고 사실상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3일 내년 2월 1일부터 12~18세를 대상으로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도서관 등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방역패스 적용이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학생·학부모의 반발이 지속되자 교육 당국이 자리를 마련해 직접 학부모 설득에 나섰다. 이날 포럼은 교육부 유튜브 채널 ‘교육부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유 부총리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거나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접종을 못 하는 학생의 경우 불편하더라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라고 안내한 것”이라며 “특히 중학생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은 백신 접종임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백신 부작용, 청소년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이유, 부작용 보상 방안 등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질문이 쏟아졌다.
울산광역시 옥현중에 재학 중인 류진선 군은 “두 달 전만 하더라도 학생 백신 접종을 자율에 맡기더니 이제 와서 이런 기조를 뒤집는 정책을 펼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부산광역시 국제중에 재학 중인 신유승 양은 “학원이나 독서실은 방역패스를 적용하면서 종교 시설, 백화점은 풀어주는 것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포럼 유튜브 생중계 채팅창에도 학생 백신 접종과 방역패스 적용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학부모로 추정되는 한 작성자는 “교육 당국이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입장만 계속 강조하고 있다”며 “백신이 문제가 없다니 공무원 직원 자녀들 먼저 맞게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손해보다 이득이 훨씬 크지 않으면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며 “외국도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청소년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있는데 백신을 접종하면 중증화율을 낮출 수 있다”며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의 경우 인과관계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때 차후에 보상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서울교육살리기학부모연대·서울바로세우기시민연대는 이날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 적용은 학습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들은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방역패스는 학습권과 백신 접종을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고 접종 여부에 따른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