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자녀 신혼부부나 1인 가구, 고소득 청년층의 청약 기회를 넓히기 위해 특별공급 제도를 개편했지만 정작 새 기준을 적용해 공급한 단지 중 절반에서 미달이 나왔다. 청약 기회가 있는지 여부보다 공급 단지의 입지가 수요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의 30%를 추첨제로 공급해 지난 6일과 7일 청약을 접수한 전국 6곳의 단지 가운데 3곳이 미달됐다. 바뀐 제도를 적용한 단지들의 첫 청약 성적표다. 우선 충남 당진시 송악읍 ‘당진 푸르지오 클라테르’는 6일 특별공급 청약 신혼부부 전형에서 66가구 모집에 21개 통장이 접수되는 데 그쳤다. 생애 최초 전형에서는 31가구가 공급됐지만 지원자는 16명뿐이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더 리치먼드 평창’ 특별공급 청약에서도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전형에서 각각 52가구, 27가구가 공급됐지만 청약자는 두 전형을 합쳐 3명밖에 되지 않았다.
수도권에서도 미달을 면하는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 인천 중구 운남동 ‘인천 영종하늘도시 A25BL 대성베르힐’ 청약의 경우 각각 244가구를 모집하는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전형에 각각 288개와 296개 통장이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이 1.2 대 1을 기록해 미달을 간신히 면했다. 32가구가 공급된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안성 공도 스타허브 서희스타힐스’는 신혼부부 전형 지원자가 71명에 그쳐 2.2 대 1을 기록했다. 그나마 16가구 공급에 138명이 지원한 생애 최초 특별공급이 8.6 대 1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개편된 제도에 따라 청약을 실시한 단지가 특별공급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반면 이전 제도를 따른 단지에서는 오히려 흥행에 성공하는 단지가 나왔다. 경기 광주시 초월읍에서 공급된 ‘쌍용 더 플래티넘 광주’에서는 신혼부부 전형 경쟁률이 15.0 대 1, 생애 최초 전형 경쟁률이 26.4 대 1을 나타냈다. 경기 과천시 갈현동 ‘과천 한양수자인’ 특별공급 신혼부부 및 생애 최초 전형에는 총 1만 4,055명이 몰렸다. 각 전형의 공급 가구 수가 32가구와 22가구로 적었던 만큼 경쟁률은 180.5 대 1(신혼부부)과 376.4 대 1(생애 최초)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하며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 중 30%를 추첨제로 배정하고 소득 기준(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 160% 이하) 등을 폐지한 바 있다.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나 1인 가구, 대기업 맞벌이 부부 등도 청약 신청과 당첨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제도 개편으로 청약 문이 넓어지며 시장에서는 수도권 단지 특별공급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자격보다 입지가 수요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약 전문가인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인천 영종도와 경기 안성은 미분양이 많았던 지역”이라며 “주목받는 입지에서 공급한다면 청약 대상을 늘린 제도 개편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