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강조한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의 연내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표심을 끌어오려는 시도와 이 후보의 입법 성과를 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법이 통과돼 공공 부문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민간 분야로의 확대는 시간문제여서 재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논의를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소집했다.
여야는 회의에서 개정안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여당은 안건조정위원회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연내 반드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야당은 ‘이재명에 의한 하명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과 관련해 “심도 있고 신속하게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안건조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이견이 끝내 조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어쩔 수 없이 여야가 합의해 만든 것이 신속처리안건제도와 안건조정위가 아니냐”며 “일반적 절차로 (합의가) 안 된다면 안건조정위나 신속처리안건제도를 통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회의가 왜 소집됐나. 이 후보 때문이 아니냐”며 받아쳤다. 같은 당 서병수 의원 또한 “노동이사제 도입법을 전격 처리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연 것은 누군가의 하명에 의해 또는 민주당 후보의 선거를 위한 전략적 목적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을 가했다. 또 소위원회에 계류된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이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에 회부돼 심사 중인 안건이 교섭단체 간사 간 합의 없이 (전체회의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한국노총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당시 그는 “야당이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선 전 입법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를 책임 처리했다는 계승론을 분명히 하면서도 현 정부가 못한 노동이사제를 처리해냈다는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이사제가 민간 영역에 확대 도입될 경우 노사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경제 영역에 정치의 논리가 들어온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 노동이사제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공공 부문에 국한되지만 결국 민간에도 확대 적용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며 “노사 대립 구도가 선명한 한국에서 노동이사제가 합의 없이 도입될 경우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가 종료된 후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개정안을 포함한 ‘이재명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