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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중견·중기 ESG 채권, 신용도 낮아 시장서 외면…인증도 걸림돌

주식연계 메자닌 채권은 ESG '0'

시간·비용에 쫓겨 A급 이하는 시들


10대 그룹에 속하는 우량 대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의 ESG 투자는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다. ESG 인증을 받기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과 적잖은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큰맘 먹고 ESG 채권 발행에 나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도 시장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올해 ESG 회사채 물량의 77%를 우량 대기업(신용등급 AAA~AA)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A등급 기업의 ESG 채권 발행은 2조 5,000억 원 정도로 전체의 18%에 그친다. 특히 BBB등급 이하는 5% 수준인 6,250억 원에 불과하다.



DL그룹 계열사인 DL건설(A-)은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ESG 투자 자금 조달을 계획했지만 3년물로 발행한 ESG 채권이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해 목표 자금을 채우지 못했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격인 이랜드월드(BBB) 역시 올해 3년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아 ESG 채권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가 극히 부족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ESG 펀드의 투자 대상은 대부분 AA등급 이상”이라며 “저신용 회사채는 주로 증권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 개인들에게 팔리는데 이 경우 ESG 여부보다는 얼마나 더 높은 금리를 주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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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들이 많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과 연계된 메자닌 채권의 경우 ESG 조달 유인이 더 적다는 평가다. 대부분 개인이나 투자조합 등에서 사기 때문에 수익성이 더 중요해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1월 말까지 발행된 주식 관련 사채(CB·BW·EB)는 11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 8,000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ESG 발행은 한 건도 없었다. 한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메자닌 채권을 발행해 100억~200억 원을 조달하는데 ESG 인증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입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알고 중소·중견기업의 ESG 경영을 독려할 계획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윤태식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내년부터 기후 대응 기금을 조성해 지원을 시작할 것”이라며 “중소·중견기업에 ESG 교육 컨설팅을 확대하고 ESG 우수 기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등 인센티브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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