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막강한 1위 아마존에 '지배적 위치 남용' 잣대 댄 이탈리아,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1조원 넘는 과징금 부과해

"자사 물류 서비스 이용 업체에 혜택 줘"

이탈리아 당국과 EU 당국 긴밀히 협력해

빅테크 견제 나선 것으로 보여

지난 3월 이탈리아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 앞에 유럽연합(EU)·아마존·이탈리아 깃발이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지난 3월 이탈리아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 앞에 유럽연합(EU)·아마존·이탈리아 깃발이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당국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마존이 자사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에 더 많은 노출 기회를 주고 그렇지 않은 업체에는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 반독점당국(AGCM)이 아마존이 물류 서비스 부문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경쟁 업체에 피해를 줬다며 11억2,000만 유로(약 1조 4,91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AGCM은 아마존이 자사 물류 서비스(FBA)를 이용하는 입점 업체는 검색 결과가 배치될 때 웹사이트상 눈에 더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더 엄격한 품질 검사를 적용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공정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AGCM 측은 “과징금은 연간 매출의 최대 10%까지 책정할 수 있지만 시장 남용의 정도와 기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지금까지 내린 과징금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아마존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이번 AGCM의 결정은 정당하지도 않고 균형 잡힌 결정도 안이었다”며 “중소 입점 업체들은 제품을 판매할 다양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고 FBA는 그중 하나의 옵션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입점 업체가 고유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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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배송 트럭에 새겨진 아마존 로고 /AP연합뉴스아마존 배송 트럭에 새겨진 아마존 로고 /AP연합뉴스


아마존 논란 터질 게 터졌나 VS 빅테크 견제 나선 EU 합동 전선


아마존이 플랫폼 상에서 입점 업체를 대하는 방식에는 그간 논란이 있어 왔다. 지난해 WSJ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은 ‘아마존 베이직’ 등 자사 상품을 꾸준히 개발·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아마존 직원들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 제품 판매자의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아마존이 자체 조사에 나섰고 이는 내부 규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이번 이탈리아 당국의 조사는 유럽연합(EU)과 긴밀히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빅테크 견제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AGCM 측은 아마존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2위 업체의 5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2019년 이탈리아 온라인 오픈 마켓에서 전체 판매액의 70%가 아마존닷컴에서 발생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의 경쟁 당국도 이탈리아와 유사한 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에는 EU측이 아마존이 입점 업체들의 비공개 데이터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아마존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EU 대변인 측은 “EU가 자체 조사와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탈리아 AGCM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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