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함에 따라 대장동 ‘윗선’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내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오는 14일 오전 10시30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뛰어내려 숨지면서 그에 대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이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2인자로 불렸던 유 전 본부장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으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남 변호사 등이 대장동 아파트 분양을 맡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이 모 씨에게서 자금을 조달했고 2014년 8월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봤다. 앞서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유역환경청은 대장동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면서 일부 지역을 보전 가치가 높은 1등급 권역으로 지정했다가 이후 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은 그 동안 "김만배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다. 당연히 돈을 받은 적도 없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이번 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초대 공사 사장의 사퇴에도 개입한 의혹도 받았다. 앞서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두 사람 간의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은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실장’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사퇴를 독촉하고 황 전 사장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시장님 이야기입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 ‘윗선'과 연결 고리로 지목됐다. 해당 사실이 논란이 되자 유 전 본부장을 황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6년 만에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는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해 압박감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신병 확보로 성남시 ’윗선 수사‘를 꾀하려 한 검찰로서는 수사 일정을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날 검찰 측은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