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방위산업 기술력은 주요 무기 분야에서 10위 내에 꼽힐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 2030~2040년대의 근미래까지는 동북아에서의 군사력 불균형을 좁히기 쉽지 않다. 기존 재래식무기 체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선진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지만 차세대 무기 기술 분야에서는 주변 군사 강국들보다 최소 수년에서 최대 10여 년 이상 개발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무기 체계 중 근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임저로 꼽히는 것은 극초음속 미사일, 6세대 전투기, 무인 전투 체계, 우주전 기술(항위성 무기 포함) 등이다. 중국·러시아는 이 중 일부는 개발해 배치했고 나머지는 2020년대 중반에서 2030년 중반대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일본도 이르면 2020년대 중반~2030년대에 이들 기술 대부분을 전력화할 계획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빨라야 2030년대에나 주요 기술들을 전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변 강국들보다 반 박자 늦은 셈이다.
◇점증하는 극초음속 군사 위협=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은 크게 극초음속활공체(HGV)와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로 분류된다. 극초음속은 음속의 다섯 배(마하 5) 이상의 속도 영역을 일컫는다. 이처럼 워낙 속도가 빠르고 비행 궤적이 일정하지 않아 기존의 방어 무기 체계로는 막기가 쉽지 않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선도국은 러시아다. 이미 3종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3종은 HGV인 아방가르드와 HMC인 킨잘·지르콘이다. 지대지미사일로 분류되는 아방가르드는 최대 마하 20의 속도로 날 수 있다. 사거리는 5,800㎞에 달한다. 킨잘은 전투기에 탑재, 발사돼 최대 마하 10의 속도로 지상과 해상의 표적을 파괴한다. 사거리는 2,000㎞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르콘은 수상함이나 잠수함에 탑재되는데 최대 마하 9의 속도로 수백 ㎞ 이상 떨어진 적함을 파괴한다.
중국은 HGV인 ‘둥펑(DF)-ZF’를 개발했다. 둥펑-ZF는 2019년 10월 1일 중국 열병식에서 지대지 탄도미사일 둥펑-17의 로켓 탄두 부분에 탑재된 상태로 공개됐다. 비행 속도는 최대 마하 10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26년까지 초기형을 개발해 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보다 늦은 2030년대 초에나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목표 비행 속도는 극초음속의 초기 수준인 마하 5~7 정도여서 마하 10을 넘어서는 중·러의 극초음속 미사일 속도에 크게 못 미친다.
◇중·러·일 6세대 전투기 ‘초격차’=6세대 전투기의 기술 간극은 더 크다. 6세대 전투기는 인공지능(AI), 유·무인기 복합 운용, 저피탐(스텔스) 기능, 향상된 초음속 순항 비행 능력(혹은 극초음속 비행), 레이저 무기 운용 등을 지향한다. 해당 기술이 실현되면 기존 전투기들로서는 상대하기 어려워진다.
러시아는 6세대 ‘미그-41’ 전투기(별칭 ‘PAK DK’)를 2028년까지 개발하기 위해 2014년 항공기 제조사 미그·수호이에 공동 개발을 맡겼다. 중국은 기존에 전력화한 5세대 전투기 J-31을 기반으로 2035년까지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할 예정이다. 일본은 ‘JASDF’라는 프로젝트명(속칭 ‘F-3 전투기’)으로 6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제조는 미쓰비시중공업이 맡아 2024년까지 시제기를 내놓고 2031년까지 양산 체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 실행되면 2030년대 중반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6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해 시제기를 생산한 4.5세대 국산 전투기 KF-21을 기반으로 향후 5~6세대(가칭 KF-21 블록3, 혹은 KF-XX) 전투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구매해줄 공군이 소요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현행 KF-21 개발이 완료되는 2028년(블록-2 기준) 이후에 6세대 개발에 나선다면 빨라야 2030년대 후반~2040년대 중반에나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우주기술 종속우려=차세대 무기 중 무인 전투 체계에 대해서는 우리 군이 비교적 선제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육군은 2018년 드론봇전투단을 창설했고, 일명 ‘아미타이거 4.0’ 사업의 일환으로 정찰·공격 기능을 갖춘 비행 드론 및 무인 차량 등의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군은 유인 전투기와 함께 요격·침투 작전 등을 펼칠 수 있는 무인 편대기를 운용할 예정이다. ADD가 이를 위한 스텔스 무인기(속칭 ‘가오리-X’)를 개발 중인데 이르면 2030년대 초 전력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육군 비행 드론의 경우 부품 국산화율이 현저히 낮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스텔스 무인 편대기의 경우 편대장을 맡을 전투기가 KF-21 이후 스텔스기(5~6세대 전투기)로 국산화하지 않을 경우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만약 공군이 편대장기 수입을 결정하게 돼 소프트웨어 및 통신 체계 등이 호환되지 않으면 국산 무인 편대기가 무용지물이 돼 호환을 위해 해외 제조사에 기술 공유 등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
우주 관련 국방 기술의 종속 우려는 더 크다. 중국·러시아·일본은 이미 군사용 정찰위성 등을 완비한 상태이며 타국의 위성을 무력화할 미사일(고고도 요격 지대공미사일)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우주 쓰레기 포획 기술을 개발하면서 이를 응용해 위성을 나포·파괴할 수 있는 군사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