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간)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왔습니다. 시장 예상치보다 약간 높은 전년 대비 6.8%였는데요. 전달의 6.2%보다도 높습니다. 이같은 상승폭은 1982년 이후 39년 만인데요. 근원 CPI도 4.9%나 증가했습니다.
이제 방향은 거의 확실합니다. 내년에도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수 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상당한 압력을 받겠지요.
오늘은 미국장 휴일이라 ‘3분 월스트리트’가 없는 날이지만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큰 지표가 나오는 사실상 마지막 날인 만큼 관련 내용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또 이날 한국투자공사(KIC) 주최 ‘제43차 뉴욕국제금융협의체’가 있었는데요. 연관 내용이 있으니 이것부터 차례대로 알아보겠습니다.
“오미크론에도 앞으로 1년 간 코로나 관련 우려 옅어져…경기회복은 지속·인플레는 오래간다”
이날 KIC의 뉴욕지사(지사장 신용선) 주최로 열린 2022년 경기전망에 연사로 나선 웰링턴 자산운용의 내니 제이콥슨 글로벌 투자전략 담당 전무는 “오미크론 우려에도 다음 12개월 동안 코로나 관련 우려는 잦아들 것”이라며 “소비지출은 견고하며 경기회복은 지속되겠지만 인플레이션은 높고 부양책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미크론의 영향은 길어야 한 분기 정도 갈 것이라고 봤는데요.
인플레에 관해서는 상당히 비관적이었습니다. 제이콥슨 전무는 “나는 인플레이션이 곧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자신이 없다”며 “최소 높은 수준이 1년은 갈 것이다. 내년 하반기에도 안 내려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치로 보자면 그는 5%의 물가상승폭이 수년 간(a few years) 지속할 수 있다고도 했죠.
정리하면 최소 내년에는 5%의 인플레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내년은 몰라도 그 이후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 정도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장의 컨센서스는 공급망 문제가 내년에 풀린다는 거지만 (그것이) 나와는 큰 차이”라며 “임금과 원자재 가격 상승, 운임 등의 문제가 1년 내 한번에 완전히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답했는데요. 렌트비의 상승도 인플레 문제의 지속할 수 있는 원인이라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반면 연준의 금리인상은 세번은 힘들 것이라고 봤습니다. 인플레가 높은데 금리인상은 낮은 게 언뜻 이해가 안 되지만 그는 연준이 후행, 즉 지표를 확인하고 움직이기로 방침을 바꿨기 때문에 내년에 세번까지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했죠. 두 번 정도가 될 수 있다는 뜻인데요.
그는 “연준은 현재 인플레를 통제하기 위한 레토릭을 쓰고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연준은 금리를 너무 빨리, 선제적으로 올릴 경우 경기가 취약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나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긴축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래서 그들이 세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자꾸 평탄화하는 것도 시장이 과도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를 예측하거나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여기에서 알아둘만한 부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레토릭, 즉 말만 세게 해서 인플레 기대를 잡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점일 텐데요. 그의 분석이 다 맞지 않더라도 이렇게 보는 전문가도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겠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플레의 경우 시장 컨센서스(2~3%)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월가의 평균전망에서는 벗어나지만 이런 시각도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플레, 알콜중독과 같아 좋은 효과 먼저 오고 안 좋은 영향 뒤에…임금-물가 연쇄 상승 소용돌이에 빠져”
이제 오늘 오전에 나온 11월 CPI를 살펴보겠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많이 나왔으니 의미와 배경, 전망 중심으로 알아볼텐데요.
일단 지금의 고인플레는 연준의 과거 주장처럼 단순히 공급문제가 아니라 수요증가가 함께 뒤섞인 대응하기 어려운 인플레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하고 있습니다. 앨런 시나이 디시전 이코노믹스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수십 년 간 보지 못했던 무서운 인플레 수치다. 인플레이션 동력은 경제가 좋다는 것이며 우리는 엄청난 소비자 지출을 갖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며 재정지원책은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요 부문을 강조한 것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와 달리 자동차와 가구, 가전제품 등 상품에 대한 강한 수요가 인플레이션 폭등을 상당 부분 불러왔다”고 했고, 아네타 마코우스카 제프리스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시즌은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며 수요공급 불균형은 계속해서 확대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계속해서 말씀드리지만 오미크론이 미국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락다운이나 방역강화에 따른 제품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로 코로나 전략 때문인데요. 앞서 웰링턴 자산운용의 내니 제이콥슨 전무는 지난 달 말 기준으로 백신접종 완료(2회 접종) 비율을 예로 들면서 같은 설명을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일본(77%)과 이탈리아(73%), 프랑스(70%), 영국(68%), 독일(68%) 등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베트남은 52%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렌트 같은 거주비용도 11월에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3.8% 올랐는데요.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연준은 공급병목 현상이 사라지면서 인플레가 완화하기를 바라지만 정부의 부양책과 대규모 유동성에 의해 촉발된 과잉수요는 앞으로 수개 월 동안 수요견인 인플레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임금과 물가의 소용돌이가 시작됐다. 기업은 가격을 올리는 데 문제가 없으며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소용돌이는 일단 시작되면 멈추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공급이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도 했는데요.
추가로 앞으로의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비유가 있습니다. 손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인 고(故)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말을 빌어 “그는 인플레이션은 알코올 중독과 같아서 술을 마시거나 돈을 찍어내기 시작하면 좋은 좋과가 먼저 오고 나쁜 효과는 나중에 온다”며 “반대로 술을 끊거나 돈을 푸는 일을 그만 두면 고통이 먼저오고 치료는 나중이라고 했다”며 “중앙은행이 속도를 높여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고통이 우선 찾아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관심은 12월 FOMC입니다. 내년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몇 번이나 올릴지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힌트를 하나씩 모아갈 수 있을 겁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