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EU, 조선 빅딜 끝내 불허할 듯… 현대중, 대우중 합병 무산되나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사진제공=현대중공업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사진제공=현대중공업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U 경쟁당국은 조선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를 해소할 방안을 기한 내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정부가 세부 대안 없이 안일하게 조선업 빅딜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로이터통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해소할 시정 방안을 마감 기한인 7일까지 EU에 제출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현대중공업 측이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조선소 일부 매각도 EU 경쟁당국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의 시정방안 없이 무조건 승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에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기업으로부터 시정방안을 받아 검토한 뒤 조건부 승인 등을 내준다. 기업이 낸 시정방안이 경쟁제한 해소에 불충분하다고 판단되거나 기업이 시정방안을 내지 않았을 경우에는 결합을 불허할 수 있다. EU는 두 회사 중 한쪽의 LNG 사업부 매각 등을 요구했으나 현대중공업은 이에 반대해 시정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의 이번 결합심사 기한은 내년 1월 20일까지다.



EU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의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경쟁법을 보유한 데다 유럽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선사가 몰려 있어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한국조선해양의 LNG선 시장 점유율은 7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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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의 특성상 단순 점유율로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선주가 각 조선사와 선박 건조 기한과 가격 등을 협상한 뒤 조선사를 최종 선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조선사의 가격 결정권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EU와 같은 우려를 제기했던 싱가포르에서는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 조건 없는 승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EU 경쟁당국도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린 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과 마찬가지로 무조건 승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EU의 결정은 불승인 쪽에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U는 지난해 유럽 최대 조선사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의 합병을 불허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크루즈선 분야 글로벌 1·3위 회사들이다.

EU가 합병을 불허하면 양사의 빅딜은 무산된다.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은 심사국 전체의 승인을 얻어 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결합심사를 맡은 한국·EU·일본·카자흐스탄·중국·싱가포르 6개국 중 현재 카자흐스탄, 중국, 싱가포르만이 승인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3개국 중 1곳이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공정위 등 다른 경쟁당국에 신청한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하게 된다. 지난 2014년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 라인은 세계 2~3위 해운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을 때 중국에서 기업결합 금지 결정이 나오자 공정위에 신고 철회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지금이라도 정부가 합병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최대주주(55%)로 있는 사실상 공기업으로 전환된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글로벌 경쟁당국의 반대 가능성이 컸는데 무리하게 합병을 밀어 붙인 이동걸 산은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015년부터 약 7조원의 공적자금을 대우조선해양 회생에 투입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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