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이 후보는 11일 대구·경북 유세에서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부각시켰다. 호남 방문 등에서 ‘민주정부 4기’를 강조했던 것과 대비되는 언급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집값이 올라서 생난리가 났다”며 “공급을 늘렸어야 하는데 수요를 억제하다 보니 동티가 난 것”이라고 부동산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중단을 겨냥해 “주권자들의 의사가 변했는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벽창호”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규제와 ‘세금 폭탄’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전환할지 말하지 않았다.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분명히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경북 유세에서 “모든 정치인에게 공과가 존재한다”며 “전두환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 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당시 이 후보는 광주를 찾아 전 전 대통령 기념비를 밟으며 윤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회한 것은 아니다”라며 혼선을 부추겼다. 국토보유세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면서도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음식점 허가 총량제’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서도 애드벌룬을 띄웠다가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물러섰다. 그는 “기업 친화적 정치인”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공공 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 친노조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후보는 당초 윤 후보의 ‘자영업자 50조 원 손실보상’ 공약을 비판했다가 최근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주장한 100조 원 지원을 포함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고 제의했다. 대선 후보의 공약이 여론에 따라 춤을 추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공약의 일관성을 지키면서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보여줘야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