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절반이 여전히 새해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고용·노동 분야 규제와 인허가 등이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투자 계획’ 설문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문 기관 모노리서치가 수행했으며 101개 기업이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운 곳은 50.5%에 그쳤다.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이 40.6%였고 내년도 투자 계획이 없다는 곳도 8.9%였다. 새해를 불과 2주 앞뒀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계획 수립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계획을 세운 51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62.7%는 내년 투자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31.4%, 줄이겠다는 기업은 5.9%였다.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지 않겠다고 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경제 전망 불투명’과 ‘주요 투자 프로젝트 종료(각각 31.8%·중복 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교역 환경 악화(19.7%)’와 ‘경영 악화에 따른 투자 여력 부족(12.1%)’ ‘과도한 규제(7.6%)’ ‘투자 인센티브 부족(1.5%)’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들은 ‘산업 내 경쟁력 확보(50.0%)’ ‘신성장 사업 진출(25.0%)’ ‘노후설비 개선(12.4%)’ ‘경기 개선 전망(6.3%)’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경연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500대 기업의 63.8%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투자를 줄였다고 분석했다. 또 내년에는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과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국내 투자 환경은 100점 만점에 65.7점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고용 및 노동 규제(35.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지자체의 인허가 심의 규제(29.4%)’ ‘환경 규제(17.6%)’ ‘신사업에 대한 진입 규제(11.8%)’ ‘공장 신·증축 관련 토지 규제(5.9%)’ 등의 순이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가장 많은 40.6%가 ‘자금 조달 등 금융 지원 확대’를 선택했고 ‘세제 지원 확대(33.7%)’ ‘투자 관련 규제 완화(28.7%)’ ‘대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17.8%)’ ‘반기업 정서 완화(9.9%)’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8.4%)은 내년 경제 환경이 올해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24.8%,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16.8%였다. 내년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로는 52.9%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 부담 증가’를 우선 거론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생산 차질(17.6%)’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 불안 우려(17.6%)’ ‘가계 부채 등 국내 금융 불안 요인(17.6%)’ 등의 순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오미크론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 장기화, 글로벌공급망(GVC) 차질 등 경영 불안 요소가 여전히 산적해 있어 기업들이 섣불리 투자를 확대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