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의 내년도 생산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브레이크 부품 회사인 HM금속이 파산 절차에 돌입하자 대체 협력사 파악에 나섰다. HM금속은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제네시스 G80에 캘리퍼를 납품하고 한국GM의 스파크·다마스 등에도 부품을 조달하는 1차 부품사다.
한국GM은 다마스를 단종했고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 공장이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을 준비하고 있어 타격이 덜하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1개월 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약 한 달간은 HM금속이 파산 관련 이의제기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차량을 정상 생산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다른 납품 회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캘리퍼는 차량마다 휠 크기가 다른 만큼 이에 맞춰 주물을 떠야 만들 수 있다. 단기간에 납품 회사를 바꿔 대처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납품 회사를 새로 찾는다고 해도 적어도 두세 달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프랙 부품 업체인 진원의 법정관리 역시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등의 생산 계획에 영향을 주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들어가는 루프랙을 납품하는 회사인 진원은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했다. 진원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현대차는 일시적으로 생산 차질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70·GV80에 탑재되는 루프랙을 공급받기 위해 다른 회사를 물색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루프랙은 고도의 금형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부품이어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구매기획팀에서 대체 업체를 찾는 등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사들이 줄도산한 결과 완성차 업체들이 택할 수 있는 대안도 줄어들고 있다. 국내 자동차 1차 부품사 수는 지난 2013년 898개에서 지난해 744개까지 감소했다. 올해 반도체 수급난이 본격화하고 수십 곳의 1차 협력사가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협력사 실적 부진으로, 협력사 파산이 완성차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