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리라화 폭락 터키에 부동산 사냥 나선 외인들…'줍줍족' 밀물

에르도안 대통령 저금리 밀어붙이기에 자국 통화가치 하락

외인들은 "터키 부동산 매입 찬스" 밀려들지만

터키 서민층 삶은 생활물가 상승에 더 '고단'

터키 서민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한 전통시장에서 한 남성이 짐수레를 끌고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터키 서민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한 전통시장에서 한 남성이 짐수레를 끌고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터키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자 상대적으로 싸진 부동산에 눈독을 들인 외국인들이 사상 최대의 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른바 ‘줍줍’ 행렬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달 외국인의 터키 주택 매입 건수는 사상 최고치인 7,363건으로 지난해 달에 비해 약 50% 급증했다고 터키 통계청(TurkStat)이 밝혔다.

국적별로는 이란인이 터키 부동산을 가장 많이 취득했고, 이라크, 러시아, 독일 구입자가 뒤를 이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들은 터키에서 5만 채가 넘는 아파트를 사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0% 증가한 수준이다.

부동산 사냥에 나선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는 이스탄불이고, 지중해변의 휴양 도시인 안탈리아, 수도 앙카라 순이다.



외국인들이 터키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것은 터키 리라화가 폭락해 과거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도 주택 구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지난 13일 리라화는 사상 최저치인 1달러당 14.99리라까지 급락했다. 올해 초 1달러당 7리라 초중반에 거래되던 것을 고려하면 리라화 가치가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현지 부동산 사이트인 진가트에 따르면 현재 이스탄불에서 아파트 100㎡의 평균가는 63만 리라(4만3,867달러·약 5,000만원)에 불과하다. 코누트데르 주택개발투자협회의 알탄 엘마스 회장은 “올해 11월까지 주택 매입으로 인한 외화 유입이 예상을 뛰어넘는 약 85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리라화 폭락의 주된 원인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교과서와는 정반대로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주장을 펴며 금리 인하를 밀어 붙이고 있다. 저금리 탓에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한편 리라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리라 가치 폭락으로 주변국의 쇼핑객도 터키로 몰려들고 있다고 독일 dpa 통신은 전했다. 불가리아 접경 도시인 에디른에는 일상적인 쇼핑과 식사, 여행 등을 위해 방문한 불가리아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새해를 이곳에서 맞이하려는 여행객들로 호텔도 이미 예약이 꽉 찼다.

그러나 생활 물가가 뛰면서 상당수 터키인의 삶은 더 고단해지고 있다고 dpa는 지적했다. 터키 야당은 실질 소비자 물가가 공식 통계의 2배가 넘게 치솟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야권 인사인 알리 바바잔 전 경제부총리는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의 한 가운데에 있다"며 "터키는 주변국들을 위한 '1리라 가게'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맹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