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이 시작된 뒤 문재인 정부는 규제 강화와 세금 부과 등의 이념 지향의 부동산 정책으로 일관하다가 민심의 심판에 직면했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완전히 돌아선 민심을 확인하는 빅 이벤트가 됐다. 정부 여당은 불이 나게 쇄신과 반성을 부르짖으며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는 등 성난 민심을 달래보려고 했지만 20대 대선도 결국 부동산 선거가 되고 있다. 야당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양도소득세 유예를 꺼내들며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일관되게 현 정부와 반대되는 정책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중이다. 두 후보 모두 ‘시장 친화적’ 부동산 정책을 꺼내들며 ‘문재인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서는 의문을 낳고 있다.
15일 서울경제와 한국선거학회 공동으로 부동산 공약을 분석한 결과 이·윤 후보의 ‘부동산 포퓰리즘’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공동기획단에 참여한 신정섭 숭실대 교수는 “이 후보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기존 이념과 정책적 지향성과 달리 단순히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표를 더 많이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도 신 교수는 “가계부채와 주거 문제, 수도권 집중 등의 지역균형 발전 등을 고려하는 종합적인 설계 대신 현 정부 규제 정책을 반대해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며 “대안은 없이 집권세력을 비판하며 역시 표만 추구하는 소극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민주당은 이 후보가 내세운 양도소득세 한시 유예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시골에 움막을 가진 사례를 들며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 완화를 시사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소급해 적용하는 방안까지 거론하면서 포퓰리즘 논란을 키웠다.
이 후보는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걸(시장) 존중해줘야지 가격만 억누르려고 하는 것은 바보 짓”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당내에서조차 반발이 커져 후보 공약에 반영될지도 미지수라는 점이다. 진성준·이상민 의원 등이 “완화할 이유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도 기존 정부 기조 지키기에 나섰다. 전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이 후보보다 더 전폭적인 부동산 세제 완화를 약속한 상태이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찍힌다. 윤 후보 공약인 다주택자 양도세율 한시 50% 감면, 종합부동산세 전면 개편 등은 세법 개정 사안이라서다. 이는 민주당 당론과 배치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윤 후보는 “부동산 매각에 장애가 될 만한 세제를 개선해 단기간에 시장 보유 주택들이 매매로 나올 수 있게 (하겠다)”라고 장담했으나 실행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두 후보가 각각 공약한 250만 가구 공급도 실제로 임기 내에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이 100만 가구를 차지하는데 공급 부지는 물론이고 재원 마련 방안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이 후보 측에서 김포공항 부지에 20만 가구 공급론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철도 위 행복주택’ 등이 무산된 것을 고려하면 대체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후보는 또 최근 “층수나 용적률을 완화해 민간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고 했으나 용적률 완화의 경우 기존 토지 소유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만큼 이익을 환수할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민간 주도로만 2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임기 내 이만한 공급의 현실성은 낮다. 이는 1기 신도시 29만 2,000가구의 3.4배에 달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아직 언제, 어디에,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또 청년 원가주택 30만 가구도 공급한다고 했으나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인 만큼 공급지에서 반대 여론이 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