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7일 200명 이상의 임원을 새롭게 선임하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임원 승진자 3명 중 1명이 연구개발(R&D) 부문에 집중돼 신기술·신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정의선 회장 취임 2년차인 올해 인사에서는 20년 넘게 현대차(005380)그룹의 노무를 담당해온 윤여철 부회장과 이원희 현대차 품질담당 사장 등이 퇴진해 정 회장의 친정체제를 한층 공고히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총 203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현대차그룹이 200명이 넘는 신규 임원을 한꺼번에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원 승진에서 세대교체 키워드도 부각됐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40대가 3분의 1에 달한다. R&D부문의 신규 임원 승진자 비율은 37%에 달하는 등 실적 위주의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신규 임원 수를 예년보다 대폭 늘려 차세대 리더 후보군을 육성하는 한편, 변화와 혁신에 대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구체화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ICT, 자율주행 등 주요 핵심 신기술·사업 분야의 차세대 리더도 줄줄이 승진했다. 추교웅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 전무, 김흥수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전무,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전무, 임태원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고, ICT혁신본부장에는 NHN CTO 출신의 진은숙 부사장을 새롭게 영입해 임명했다. 장웅준 자율주행사업부장 상무와 김정희 AIRS컴퍼니장 상무는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성과가 우수한 인재에 대한 승진 인사도 이뤄졌다. 현대차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에 김선섭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현대차 러시아권역본부장에는 오익균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강화를 위해 제네시스 CBO로 그레이엄 러셀 상무도 영입했다. 벤틀리, 맥캘란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전략 수립 경험 및 마케팅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그룹의 중심 역할을 맡아온 임원들의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윤여철 부회장과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이원희 현대차 품질 담당 사장, 이광국 현대차 중국사업 총괄 사장 등이 퇴진했다. 디자인경영담당 피터 슈라이어 사장과 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도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비어만 사장의 후임 연구개발본부장은 박정국 사장이 맡는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회장 및 사장 승진 인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