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배달부터 핫플 추천까지…금융앱의 대변신

■ 빅테크 종속 우려에 '진화' 가속

우리·신한銀 배달앱 서비스 첫선

하나카드는 맛집·카페 정보 제공

당국도 '마이 플랫폼' 지원 나서

데이터 수집 등 규제 완화 기대





금융권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금융뿐만 아니라 음식, 편의점, 꽃 배달, 주변 핫 플레이스 추천 등 비금융 요소들을 추가하고 나섰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공습에 금융사는 금융 상품을 제조하기만 하는 ‘하청 업체’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전통 금융사도 비금융 서비스를 시작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말 그대로 금융사 앱이지만 여러 비금융 서비스가 융합돼 금융사 앱이 아닌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19일 우리은행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고 앱 우리WON뱅킹에서 편의점 상품을 주문, 배달해주는 ‘마이(My) 편의점’을 은행권 최초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서비스는 앱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 사이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식료품 및 생필품 등을 1만 5,000원 이상 주문, 결제 시 고객이 신청한 장소로 편리하게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신한은행 역시 오는 22일부터 독자적 음식 배달앱 ‘땡겨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우선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5개 구를 중심으로 시작해 내년 말까지 서울 전역, 경기도 등 약 8만 개 가맹점으로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 10월 주문 배달 플랫폼 업체 요기요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 KB스타뱅킹에 요기요 배너를 넣어 주문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연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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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소속 계열사 하나카드도 최근 소비 데이터 기반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마이 데이터(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 서비스 ‘하나합’을 출시했다. 하나합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카드·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가 참여하는 하나금융그룹의 마이 데이터 공동 브랜드다. 특히 ‘내 주변 핫플’ 서비스는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핫플레이스를 안내해준다. 주변 상권 데이터와 승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맛집·카페 등 핫플레이스별 단골 비중, 방문 추세, 방문객 특성을 분석해준다. NH농협은행은 한국화훼농협과 모바일 플랫폼인 올원뱅크에서 ‘올원×플라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화훼농협의 꽃·화환·난 등의 화훼 상품을 올원뱅크 앱에서 간편하게 주문·결제해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사들이 앞다퉈 자사의 앱에 비금융 서비스, 생활 편의 서비스를 탑재하는 것은 가만히 있다가는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금융과는 상관 없지만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은 서비스를 출시해 자사 앱을 찾는 사람을 늘려 금융 플랫폼, 나아가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생활 서비스로 얻는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추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 당국도 금융사의 이 같은 노력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금융 플랫폼 관계자들과 만나 “기존 금융사들의 디지털 금융 전환은 물론, 생활형 금융 서비스 제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슈퍼 원앱 전략 등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마이 데이터에서 더 나아가 개인화된 금융·생활 서비스를 받는 ‘마이 플랫폼’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사들은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은행에 생활 서비스가 부수·겸영 업무로 허용되거나 플랫폼 기업 소유 등이 가능해지면 은행 앱도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데이터 수집·활용 관련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금융 지주 계열사 간 영업 목적의 정보 공유가 제한돼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마이 데이터 사업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때 금융사는 대부분의 금융 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전자 금융 업자는 상거래 정보를 12개 대분류 코드로만 넘기는 점도 금융권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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