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로봇 산업계가 지금 경쟁국과 다른 시각을 갖는다면 오는 2030년께 로봇이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 문제를 극복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학자인 배일한(사진) KAIST 녹색교통대학원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함께 마련한 ‘로봇 미래 예측 석학 대담회’ 주제발표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 전략으로 로봇 선도 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배 교수는 이날 미래학 연구 방법으로 2030년의 한국 로봇 사회를 예측했다. 지금과 같은 국가와 로봇 산업계의 전략으로 가는 ‘패스트팔로어(추종자)’와 다른 나라에 앞서 로봇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투자를 늘리는 퍼스트무버 모델로 나눴다.
그는 먼저 패스트팔로어 모델에서 “한국은 2030년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 로봇 시장이 된다”며 “하지만 로봇 선진국을 답습하는 형태로 여전히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 측면에서도 택배로봇처럼 편리성이 커지지만 일반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초고령화와 세대 간 갈등으로 로봇 사회가 오더라도 꿈과 희망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배 교수는 정부가 인구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로봇 산업을 문제 해결의 도구로 동원할 때 퍼스트무버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국가적 어젠다로 100세 활동 시대를 내세우며 장년층 이상의 생산성을 높이는 증강로봇과 인공지능(AI) 서비스 보급에 주력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세대에 로봇을 지원한다면 사회적 활동 연장이 가능하고 이른바 ‘실버로봇’에서 ‘블루로봇’으로 로봇의 개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한국 사회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로봇을 재규정하고 인구 구조의 취약점을 증강·보완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다”며 “이렇게 된다면 인구 고령화를 맞는 대부분 국가에서 ‘K로봇 한류’를 모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