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정부 '전기요금 딜레마'…올리자니 물가부담 크고 놔두자니 한전 적자확대

연료원 LNG 수입가 3배 상승 등

전기료 인상요인 한계 다다랐지만

탈원전 비용 국민 전가 비판 부담

동결하면 발전 공기업 재정 악화

내년 1분기 단가 발표 앞두고 고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1년 새 3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내년 1분기 전기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미 LNG 가격을 비롯해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세와 탈원전 비용을 국민에게 지운다는 부담 탓에 전기 요금 인상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전기 요금을 동결할 경우 한국전력을 포함한 발전 공기업의 재정 적자를 방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LNG 수입 현물 가격은 지난달 1톤당 799.3달러로 지난해 11월(312달러)과 비교해 1년 새 3배 가까이 급등했다. 문제는 LNG 가격 급등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떨어지면서 줄어든 발전량을 메워줄 글로벌 LNG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철은 난방 수요에 따라 LNG 가격이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소비하는 LNG의 40%를 공급하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나오면서 공급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수요와 공급 모두 LNG 가격의 추가 상승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 도입되는 LNG의 20%가량이 가격 변동 시 즉각 영향을 받는 현물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국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들이는 한국전력의 원가 부담도 껑충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달 LNG의 1kWh당 전력 정산 단가는 155.1원으로 전년 동기 67.7원 대비 2.5배 가까이 뛰었다. 요금은 동결된 상태에서 특정 연료원의 가격이 뛰면 그만큼 해당 연료의 발전량을 낮춰 손해를 줄여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기저 전력 부족 등으로 지난달 LNG 발전량은 1만 2,798GWh로 전년 동기(1만 2,323GWh) 대비 오히려 늘었다.

당장 20일 내년 1분기 전기 요금 단가를 발표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 요금이 산업부 소관이기는 하지만 공공요금과 관련된 부분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먼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고려하면 자칫 전기 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최대 폭인 3.7%를 기록했다.

또 전기 요금을 올릴 경우 탈원전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다시 거세질 수도 있다. 현재 23.25GW(설비용량 기준) 규모의 원전이 가동중이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1.4GW)·신한울 2호기(1.4GW) 준공 등으로 탈원전 정책만 없었다면 추가로 4.9GW 규모의 원전이 가동돼야 한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기저 전원 부족분을 값비싼 LNG가 메우면서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원자력의 발전 단가는 1kWh당 41.5원으로 LNG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대로 각종 인상 요인에도 전기 요금을 동결할 경우 발전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이를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는 점에서 후세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한국전력은 올해에만 4조 원 내외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증권가에서는 손실 규모가 내년에는 5조 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2008년 한전의 대규모 적자 당시 정부가 6,680억 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했던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나라는 요금과 수수료를 물가 관리 수단으로 삼는 유일한 선진국인 것 같다”며 “한전은 적자 누적으로 70조 원을 차입해 지난해에만 2조 원의 이자를 물었다는 점에서 정부는 (전기 요금 동결 시) 나중에 차입 원리금까지 포함해 국민이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