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X사업부’로 변신한 삼성전자(005930) 무선사업부(IM)가 내년에 하이엔드·보급형 제품을 동시에 출시해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저가부터 고가까지 모든 가격대에 걸쳐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중심이었던 기존 모바일 사업을 태블릿·PC·기어 등으로 넓혀 고객이 접하는 단말기 대부분을 삼성전자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CT(정보통신기술) 전시회 CES2022에서 ‘갤럭시S21 FE’를 공개한다. 갤럭시S21 FE는 지난해 초 공개한 갤럭시S21의 보급형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은 강력하다. 모바일AP는 원작 갤럭시S21과 동급인 퀄컴 스냅드래곤888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S22 공개에 앞서 저가형 모델이 필요한 해외 통신사들을 위해 준비한 모델”이라며 “갤럭시S21보다 가격이 저렴해 S22와 간극을 메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현지 시간) 초저가 제품인 ‘갤럭시A13 5G’를 미국 시장에 공개했다.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중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가격은 249달러(약 29만 원)다. 이어 내년 1월에는 이보다 더 저렴한 ‘갤럭시A03s’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갤럭시 전체 제품군 중 가장 저렴한 모델로 가격이 159달러(약 18만 원)에 불과하다.
갤럭시탭 보급형 제품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글로벌 시장에 ‘갤럭시탭A8’을 공개했다. 전작 갤럭시탭A7보다 성능을 10%가량 개선한 10.5인치 태블릿으로 국내 가격은 30만 원대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두 중국산 기기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가성비가 좋고 삼성전자 생태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삼성전자의 AS, OS(운영체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중저가형 제품으로 저가시장을 공략한 후에는 ‘전략 제품’으로 하이엔드 시장을 노린다. 시작은 내년 2월로 예상되는 갤럭시 언팩이다. 모바일 사업 주축인 갤럭시S22는 물론 고성능 태블릿인 갤럭시탭S8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제품 모두 신형 모바일AP인 스냅드래곤 8 Gen1 또는 삼성 엑시노스2200가 탑재될 전망이다. 특히 갤럭시S22는 최근 미국 FCC에서 노트팬도 함께 전파인증을 받으며 올해 찾아볼 수 없었던 ‘노트’ 라인업이 부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PC 분야에서는 ‘갤럭시북 프로’ 신제품이 국내 전파인증을 마쳤다. 갤럭시북2 프로로 추정되는 이 제품은 삼성전자 노트북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노트북에서 찾아보기 힘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을 갖춰 희소성이 높다. 특히 MX사업부를 이끌게 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문가인 만큼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 디스플레이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이같은 분위기는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갤럭시Z폴드4·플립4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성능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 가격대 제품군을 강화하는 이유는 애플과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과,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43개 국가에서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3분기 46개 국, 2020년 3분기 45개 국 보다 줄어든 수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부터 고가까지 모든 제품군을 망라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하고 기존 이용자를 붙잡아야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CE(가전)·IM(무선)을 통합해 MX 사업부로 새출범시켜 TV·가전·모바일 등 전 영역에 갤럭시 생태계를 녹이며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