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유럽발 오미크론 규제강화 움직임에 미국에서의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제히 하락했는데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모두 1% 넘게 빠졌습니다.
실제 유럽만 보면 규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요. 네덜란드가 내년 1월 중순까지 락다운(폐쇄) 조치를 재도입했고 이스라엘은 자국민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 여행을 금지시켰죠. 다보스포럼도 전격 연기됐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도 실내 마스크 의무화 재도입 같은 조치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상황이 좀 다른데요. 미국의 실태를 알아야 미국 경제와 시장의 위치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만큼 오늘은 오미크론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과 미국 현지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미크론, 델타보다는 빨리 퍼질 전망…단, 동시 미 전역 확산은 없을 것”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서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 “앞으로 4~6주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전염성이 강하고 돌파감염이 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취약한 분들은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다른 변이보다 미국 전역에 빨리 퍼지겠지만 지역화된 형태가 될 것이며 전국 동시확산은 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을 보면 내년 1~2월까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미국도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 이후로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델타변이 때도 그랬지만 미국은 나라가 크고 날씨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로 유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남부지역에서 확 환자가 증가하다가 중서부, 북부, 동북부 이런 식으로 지역화해서 환자가 증가하곤 합니다. 물론 전체적인 증가세는 동일하지만 집중적인 타격을 받는 시점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죠.
이는 연방정부 차원의 셧다운만 없다면 미국 경제가 한번에 고꾸라질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개개인의 생명이 중요하지만 경제만 놓고보면 상황이 이렇다는 말인데요. 고틀립 박사는 “오미크론이 기존에 면역을 갖고 있는 사람도 감염될 수 있어서 그렇지 바이러스가 자체의 전염성이 델타보다 더 큰 것은 아니”라며 오미크론에 대한 집단 면역력이 어느 정도 생기면 오미크론은 왔다가 가는 형태가 될 수도 있지만 델타는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기존에 코로나에 걸렸다 나은 사람들, 백신을 맞은 사람들 가운데 확진자가 생겨서 그렇지 자체의 전염성은 델타보다 낮을 수 있다는 건데요.
핵심은 1~2달 정도면 오미크론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도 “오미크론에 감염된 뉴욕시민을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면서도 “오미크론 급증은 몇 주 안에 피크를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겨울철과 겹친, 이 ‘몇 주’가 중요하겠습니다. 우선은 4~6주 정도로 생각하고 1월 말께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판단을 바꿔야겠지만 그렇지 않고 몇 주 흐름대로 간다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겁니다. 월가에서는 오미크론이 내년 1분기 정도에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부스터샷, 락다운 막는 핵심 요소”…“뉴욕엔 쇼핑·관광객 넘친다”
물론, 오미크론이 식당과 여행, 접객 분야에는 직격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미국은 약간 상황이 다르다는 점, 알 필요가 있는데요.
미국은 기본적으로 내수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나라입니다. 제프리스에 따르면 국내 항공여행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10% 낮은 수준이며 해외여행은 40% 낮다고 합니다. 국외여행은 오미크론으로 상당 부분 더 줄 수 있습니다. 주요국들이 락다운을 하면 굳이 갈 이유가 없죠. 계속 일정에 맞춰 해야 하는 코로나19 검사부담도 있을 겁니다.
반면 국내 여행은 다릅니다. 전날 맨해튼의 록펠러센터와 삭스백화점 주변, 헤럴드 스퀘어의 메이시스 백화점 등이 지난 금요일 쇼핑과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는 뉴스를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정말 사람이 많구나라는 걸 느끼실 수 있습니다. 록펠러센터 트리 주변은 인파에 밀려 반걸음씩 종종걸음으로 이동을 해야 할 정도였는데요.
이 얘기를 굳이 다시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뉴욕에 코로나19 검사소의 줄이 길고 대기가 많다는 국내뉴스에 지나치게 매몰될까 말씀 드리는 겁니다. 이 내용은 사실입니다. 검사 인원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확진자도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다른 쪽을 보면 뉴욕에서는 계속해서 소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넘쳐나지요. 이 부분을 확실히 알아야 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소비가 상당히 강하다고 하는지, 일부터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가 탄탄해 내년에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크리스 히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프라이빗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의 성장은 예상보다 더 좋게 가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미 극장체인 AMC는 새 스파이더맨 영화 덕에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전 세계에서 700만 장의 영화티켓을 팔았으며 이중 500만 장이 미국에서 나갔다고 합니다. 지난 토요일(18일) 관객 수는 2019년 크리스마스 이후 최대였다고도 하네요.
한쪽에서는 다시 재택 근무인원이 증가하고 맨해튼에서도 일부 공연이 취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탄탄한 부분이 많으며 소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최소한 미 전역에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상황이 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이 중요하겠습니다.
“증시, 연준 지원 없을 때가 진정한 테스트”…“향후 몇 달 간 그래도 기술주가 나을 것”
어쨌든 오미크론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 그럼 재정·통화지원이 계속될 수 있다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해드린 내용을 정리해보면 오미크론은 현재로서는 경제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전면적인 락다운이 아니라면 극도로 완화적인 재정·통화지원은 없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오미크론도 지금의 트렌드를 되돌리기 어려운데요. 락다운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합니다. 미국은 락다운을 하지 않고 부스터샷으로 현상황을 돌파하나가겠다는 입장이죠. 미국은 나라가 크고 자유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정말 웬만해서는 락다운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정확합니다. 이날도 백악관이 “전면봉쇄는 없다”고 재확인했죠.
다만, 오미크론이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결과적으로 연준은 인플레에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것도다 더 높고 지속적인 인플레가 있으며 인플레가 이슈일 때는 중앙은행이 극도로 부양적인 모드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나는 재정과 통화지원책이 더 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장은 이것에 익숙해져야만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정리하면 내년부터는 연준이 인플레에 금리인상을 시작하면서 전과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생각하면 안 되고,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의 반대의사 표시로 추가 인프라 투자안도 처리되기 어려워진 만큼 올해 같은 시장 상황을 바라지 마라는 말이죠. 혹시나 하는 괜한 기대감 갖지 말고 새로운 상황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는 미국 경제 자체만으로는 오미크론 상황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연준의 정책실수가 더해지면 상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이런 상황이 증시에는 진정한 테스트가 될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동안은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데요. 에버코어 ISI의 마크 마하네이는 “기술주 하락세에도 FAANG 주식에 붙어 있으라”고 조언했고 에리언 고문은 “기술주는 지난 몇 년 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왔다”고 걱정하면서도 “다음 몇 달 간 타격을 받을 여행주나 레저보다는 기술주가 낫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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