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승인하면서 ‘다른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도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SK하이닉스에 ‘선심’을 쓰는 듯하면서 자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도우라는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23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전일 SK하이닉스가 중국 랴오닝성 다롄 소재 인텔의 팹(반도체 생산 공장) 공장 인수를 승인하면서 특별히 6개의 조건을 내걸었다.
세부적으로▲ 중국 시장에 PCle(반도체 통제 하드웨어) 기업급 SSD(대용량 저장 장치) 제품 등을 부당한 가격으로의 공급 금지(승인일 기준 과거 24개월 평균가격 이상으로의 판매 금지) ▲ 향후 5년간 다롄 공장 생산량 지속 확대 ▲ 공평·합리·비차별 원칙으로 중국 시장에 모든 상품 공급 ▲ 중국 시장에서 제품 조달시 배타적 행위 금지 ▲ 한 곳의 제3 경쟁자에 대한 시장 진입 지원 ▲ 중국 경쟁업체의 경쟁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의 서면·구두 계약 체결 금지 등이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승인 조건을 위반할 때는 반독점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한 곳의 제3 경쟁자가 기업급 솔리드 SSD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요구한 점이다. 총국의 공고는 특별이 ‘제3의 경쟁자’가 어느 기업이 될 것인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문맥상을 보면 대상 기업이 중국 기업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자체적으로 생산한 낸드로 SSD까지 만드는 업체도 있고, 또 다른 회사에서 낸드를 공급받아 이를 기반으로 SSD를 만드는 업체도 있다.
중국에서 현재 낸드 시장에서 그나마 존재감이 있는 업체는 ‘중국의 반도체 항모’로 불리는 칭화유니 산하의 낸드 제조사인 YMTC 정도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에 지원을 요구한 업체는 YMTC는 아닌 규모가 더 작은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조건을 내건 데는 그만큼 중국의 반도체 상황이 긴급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중국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서버에 들어가는 AP와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부터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반도체 제품을 수입에 의존한다.
작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3,800억 달러(약 450조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중국의 전체 수입액 중 약 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자급률을 최소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