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셜미디어를 쓰는 인구와 사용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이들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4%에 달하는 미국인이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세계를 더 가깝게 이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소셜미디어가 돌이킬 수 없는 민심 이탈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조지메이슨대 공공행정대학원 샤르 스쿨과 함께 성인 1,122명을 대상으로 개인 정보 및 데이터 보관·활용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먼저 개인 정보와 데이터 처리에 대해 각 서비스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응답자들에게 물었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은 ‘전혀 신뢰하지 않거나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중이 72%를 기록하며 ‘불신 1위’를 차지했다. 틱톡(63%), 인스타그램(60%), 왓츠앱(53%), 유튜브(53%) 역시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힌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메타(옛 페이스북)로서는 참담한 결과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중이 절반 이상인 서비스 중 틱톡과 유튜브를 빼면 모두 메타 소속이기 때문이다.
특히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10%만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56%는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으며 긍정·부정적 영향 모두 없다는 응답은 33%로 집계됐다. 페이스북을 매일 쓰는 이용자 중에도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답한 이들이 긍정적 영향이 크다고 답한 이들의 3배에 달했다.
반면 미국인들은 애플·아마존처럼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애플과 아마존 모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중은 40%에 그쳤다. 이는 미국인들이 데이터를 수집·활용해 이용자에게 표적 광고를 내보내고 수익을 창출하는 구글과 메타 방식의 사업 모델에 더 큰 거부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구글은 지난해 광고로 1,470억 달러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전체 매출의 80%에 달한다. 페이스북은 광고 매출(840억 달러) 비중이 전체의 98%나 된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사용자의 활동 내용이 어떻게 추적되고 활용되는지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표적 광고에 대해서는 82%는 ‘거슬린다’고 응답했고 66%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64%를 나타냈는데 이는 지난 2012년 퓨리서치 조사에서 같은 의견이 38%에 그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정치 성향별로 볼 때도 2012년에는 민주당 지지자의 45%가 규제 필요성에 동감했지만 이번 조사에는 82%까지 늘어났다. 전통적으로 정부 규제에 거부감을 보이는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30%(2012년)에서 53%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WP는 “정부가 경제에 최소한만 개입할 것을 요구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의미가 큰 결과”라며 “연령과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해 같은 의견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논평했다.
미 의회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비윤리 경영 등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 의회는 인스타그램 관계자 등을 청문회로 불러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자율 규제와 자정의 시간은 끝났다”며 규제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